최용훈 대전대 청주한방병원 침구·재활3과 교수

 골반은 장골, 좌골, 치골, 천골, 미골 등으로 구성되어 ‘골반 복합체’라고도 합니다. 가운데가 오목한 큰 그릇과 같은 형태를 가지고 복강 내 장기를 아래쪽에서 안정적으로 받쳐주며 외부의 자극으로부터 장기를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또한 척추에서 양쪽의 다리로 고르게 체중을 분산하고 다리와 허리의 움직임을 원활하게 연결해주기 때문에 골반의 좌우 불균형은 만성적인 허리, 엉치뿐만 아니라 팔다리 관절의 통증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1차적으로 골반은 요추 및 고관절과 연결되므로 골반의 불균형은 허리와 고관절에 통증을 유발할 수 있고, 2차적으로는 허리 위로 상체, 고관절 이하 무릎, 발목, 발까지 영향을 주어 불균형을 유발하고 이에 따라 통증을 비롯한 여러 증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만성적으로 허리나 골반의 통증을 가지고 있으면서, 골반이 틀어진 느낌이 든다, 한 쪽 다리가 짧은 것 같다하여 병원을 내원하는 환자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외견상 불균형이 뚜렷하게 확인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자각증상만 있고 X-ray와 같은 영상의학검사에는 확연하게 발견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동적 불균형’이라 하여 좌우 근육의 불균형으로 인해 근육에 힘이 주어질 때나 실제 움직임이 일어날 때에 한 쪽으로 쏠리거나 틀어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X-ray상에도 뚜렷한 불균형이 있는 경우는 급·만성 통증, 외상, 수술, 여성의 출산, 작업 환경, 생활습관 등이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대부분 급성적인 손상의 경우 보다는 골반에 가해지는 지속적인 외력이 장기간에 걸쳐 골반의 불균형을 유발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골반의 불균형이 직접적으로 통증을 일으키는 원인은 아닙니다. 실제로 통증이 없는 건강한 사람도 X-ray상에는 경도의 불균형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으며, 일반적으로 사람이 좌우 신체를 균형 있게 쓰지 않으므로 자주 사용하는 방향에 따라 미세한 정도의 불균형이 따르게 됩니다. 평소에는 불편함 없이 지내다 갑작스런 외상이나 교통사고로 X-ray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골반의 불균형이 있음을 알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따라서 불균형 자체보다는 골반을 틀어지게 하는 여러 자극들이 통증의 원인이자 불균형의 원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골반의 불균형이 통증으로 직접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통증을 유발하는 데에 일정부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증상이 있고 외견상, 검사상에도 뚜렷하게 확인된다면 적극적인 치료를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증상이 없고 특별히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면 X-ray상 확인된 불균형이라 하더라도 교정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골반의 불균형은 기본적으로 골반이나 허리, 다리의 근육과 근막의 장력에 편차가 존재하는 것이므로 침, 뜸, 부항, 봉약침, 약침, 물리치료 등으로 편차와 통증을 일부 해소하고 추나요법을 통하여 불균형이 있는 골반과 척추, 관절을 교정할 수 있습니다. 골반의 불균형은 오랜 시간 동안 형성된 것이므로 단기간에 교정되기는 어려우며, 환자의 연령대, 통증의 강도, 척추, 관절의 퇴행정도에 따라서 교정 가능성과 치료기간을 판단합니다. 골반만을 바로 잡기 위하여 강하게 교정을 하거나 다른 치료의 병행 없이 교정만을 반복적으로 하는 것은 무의미 할 수 있습니다. 교정치료를 통하여 바로 잡았다 하더라도 오랜 시간 동안 형성된 불균형이 평소의 생활습관과 자세에 따라서 원래의 형태로 다시 돌아올 가능성이 높으므로 불균형을 유발할 수 있는 생활과 자세교정, 꾸준한 운동이 병행이 되어야만 교정된 상태를 유지할 수 있고 치료효과를 충분히 얻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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