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철 칼럼] 대추이야기
[김민철 칼럼] 대추이야기
  • 충청매일
  • 승인 2015.09.23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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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동인한약국 한약사

조석(朝夕)으로 제법 싸늘한 기운이 도는 것이 어느덧 계절이 가을로 접어들었다는 것을 실감한다. 하긴 어제가 추분(秋分)이었으니 이제 서서히 가을로 접어들 시기가 됐음을 느낀다.

올 추석은 어느 때 보다 풍성한 한가위가 될 듯싶다. 자연재해가 예년에 비해 적었고, 풍부한 일조량과 너무 이르지도, 늦지도 않게 적절한 날을 잡은 것도 다른 때보다 풍족한 명절을 만드는데 힘을 더한 듯싶다.

집안에 대·소사에 빠질 수 없는 재료로 자리하고 있는 과실이 대추다. 부부의 연을 맺은 새색시가 시부모님께 큰절을 올리면 시부모가 대추와 밤을 치마폭에 던지며 무사출산을 기원하는 풍습도 아직 전승되고 있다. 이는 대추나무의 단단함과 과실의 다산을 의미하는 뜻을 담고 있어서고, 밤은 변함없는 삶을 살라는 당부로 여기며 전승되고 있는 풍습이다. ‘대추를 보고도 먹지 않으면 늙는다’는 옛말이 있을 만큼 옛사람들은 대추를 훌륭한 약으로도 활용해 왔다. 대추는 생과나 건조된 것이나 그 맛이 매우 좋을 뿐 아니라 약리작용 또한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약리 작용과 효능을 살펴보면, 강장제, 이뇨제, 영양제, 중화제, 진해제, 소염제로써 효능이 있고, 내장의 기능을 회복시키고 온몸을 튼튼하게 하며, 신경을 안정시키고 노화를 막아 젊음을 유지시켜 주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이렇듯 대추가 많은 유익한 효능과 쓰임이 있었기 때문에 일상의 대소사에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재료였으리라. 또한 대추에 많이 들어있는 미네랄 중 칼슘(Ca)은 심신 안정을 돕는 역할과 함께, 체내 흡수력이 좋아서 골다공증 예방이나 성장기에 매우 필요한 필수 영양소다.

최근에는 신경안정, 심기안정에 도움을 주는 약리기전도 밝혀지고 있고, 난치성 질환 치료제로도 개발되고 있는 상황인 것을 감안하면 대추를 보고도 먹지 않으면 늙는다고 경고하셨던 조상님들의 지혜에 다시 한 번 탄복한다.

대추가 여느 약제보다 더 많은 쓰임을 받는 이유는, 어느 한쪽으로 치우침이 없이 균형을 바라는 힘인 대추의 중화(中和)의 힘이 다른 약성보다 중요하게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힘을 다른 약제들의 약성에 조화를 이루는데 쓰일 수 있는 약제는 결코 많지 않다. 자신을 낮추고 조력하는데 약성을 발휘하는 대추로부터 한의학의 기본원리인 조화와 균형의 미를 찾아볼 수 있는 것이다.

청소년기를 대변하는 초록빛이 남아있는 생과로부터, 붉은 기운이 넘치는 노년의 건과(乾果) 까지 인간사를 닮은 대추를 통해, 대추가 갖는 약제의 의미를 닮은 삶을 살아내라 하시는 선조들의 지혜에 감탄하는 것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가윗날만 같아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몸과 마음이 일 년 중 어느 때보다 풍성한 날이 되기를 기원했던 것임을 안다. 그 어느 해보다 복잡하고 팍팍해진 삶을 살았을 민초들에게도 추석이 주는 따스함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이 말이 주는 의미가 너무도 간절하게 다가선다. 계절이 주는 선물로 풍성해진 상차림과, 더도, 덜도 말고 딱 중간정도만을 바라고 사는 우리 민초들이 하늘에 뜬 한가위 달처럼 둥글게 살아지기를, 둥글게 환해지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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