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문학의 대표작가로 알려진 소설가 이무영(1908~1960년)은 충북 음성군 출신이다. 음성군은 이무영의 생애를 조명하고 그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기 위해 1994년부터 문학제를 개최해 왔다. 음성군은 생가 터를 매입해 놓은 상태로 문학비 및 기념비, 흉상과 표증비 등을 세웠다. 이렇게 음성군이 예산을 투자해 이무영의 문학과 그의 생애를 기려 음성군의 자랑으로 삼으려 했으나 제동이 걸렸다. 그의 친일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이무영은 2012년 국회에서 통과한 ‘일제 강점 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 진상규명 보고서 결정문에 48쪽에 걸쳐 친일 죄상이 드러났고 친일인명사전에도 7쪽 분량으로 친일문학의 구체적인 표현이 실려 있다. 음성군으로서는 난감한 일이다.

처음 무영제를 개최할 때 문단 일각에서는 이 같은 우려를 제기한바 있다. 무영의 작품에서 드러난 친일문제가 어느 날 갑자기 불거진 것이 아니고 세상 속에 감춰줘 있다 정부차원의 친일청산움직임이 가시화 되면서 수면 위로 올라온 셈이다. 그렇다면 온전히 음성군의 실책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한 사람의 삶을 지자체의 대표 브랜드로 삼는 작업은 그 인물에 대해 철저한 검증과 자료조사 등이 선행된 후에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음성군은 그 역할을 충실히 하지 못한 것이다.

이미 작고한 문화예술인을 조명하는 일도 이처럼 역사적인 판단과 검증작업 하에 이루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하물며, 생존 유명인을 활용한 이름 브랜드화 작업은 상당히 위험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충남 공주시가 야구선수로 유명한 박찬호를 자치단체 차원에서 브랜드화 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수백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건립한 공주시립야구장과 신관맑은물공원을 ‘박찬호 야구장’ 등으로 명칭 변경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이미 동두천시가 2016년 완공을 목표로 330억 원을 들여 메인스타디움과 정규야구장 5면, 50타석을 갖춘 박찬호야구공원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야구공원 건립이 민간업자와의 문제로 아직 뚜렷하게 진행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중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박찬호 이름을 공주시가 사용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박찬호는 누가 뭐래도 대한민국 국민에게 상당한 자부심을 안겨준 대표 운동선수임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그는 아직 인생을 다 살지 않은 현존 인물이다. 공주시가 고향인 그의 이름을 브랜드화나 명소화 시키는 일에 활용하기에는 이르다. 오히려 박찬호 삶에서나 공주시 측에서나 서로를 옭아매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지자체가 사람의 이름을 활용하려면 적어도 작고한 사람이어야 하고 작고한 사람 중에서도 대를 이어 존경받을 수 있는 인물선정이 필요하다. 자칫 이무영의 경우처럼 남감한 일을 겪을 수도 있다. 공주시가 신중하게 재고해야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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