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어른이나 선비들은 장기나 바둑을 잡기로 취급하여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白眼視(백안시)하였다. 그래서 학생들이 바둑이나 장기를 즐기면 많은 시간을 뺏겨 공부에 지장이 있다고 하여 부모들은 싫어했다. 필자가 처음 장기를 두기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6학년 때다. 우리 집 사랑방에서 형 또래 동네 청년들이 장기를 둘 때 등 너머로 배웠다. 하루는 내기 장기를 두는데 옆에서 구경하던 형이 훈수를 하는 바람에 다 이겼던 장기를 패하자, 홧김에 손에 들었던 장기로 훈수꾼의 얼굴을 냅다 후려치자 이마가 깨져 피가 ‘줄! 줄! 줄!’ 내기고 뭐고 엉망이 되었다.

필자는 중학교 3학년 때 바둑과 처음으로 만났다. 검은 돌은 강변에서 줍고, 흰 돌은 사기그릇 깨진 것을 적당한 크기로 날카로운 것을 갈아서 두었다. 바둑 두는 것은 매우 간단하다. 흑과 백이 서로 포위를 하여 갈 곳이 없으면 죽는 것이다.  몇 번 두고 나니 보이는 것은 모두가 바둑으로 보였다. 사람들이 몇명만 있어도 黑白(흑백) 돌로 보여, 그들 사이에 죽고 사는 것을 연상하게 된다.  바둑은 나의 청소년기 사고력 성장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된다.

요즈음 시내버스를 이용하다보면 필자의 학창시절이 생각난다. 그 시절 학생들과 비교해 보면 안타까운 점이 있다. 과거의 학생들은 우선 노인을 보면 벌떡 일어나 자리를 ‘양보’하였다. 그리고 자리에 앉으면 의례히 책을 펴 보았다. 거기에 비하면 요즈음 학생들은 ‘자리 양보’와 ‘책 읽기’가 사라지진 지 오래다.

역사는 발전하는가? 퇴보하는가? 미국의 저명한 미래학자 제레미 리프킨에 의하면 ‘역사는 퇴보한다’고 한다. 물질문명이 발전할수록 인간의 정신문화는 진보하는 게 아니라 퇴보한다는 것이다. 오늘의 청소년들은 ‘인스턴트와 학교급식’이라는 편리함에 길들여져 있다. 요즈음 학교에는 어머니의 사랑과 체취가 묻어나는 도시락이 없어진지 오래되었다. 스마트 폰 등으로 ‘SNS’가 보편화 되면서, 학교 환경은 급속히 나빠지고 있다. 하루하루 한 해 한 해가 지나면서 학교문화는 墜落(추락) 일변도로 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초중고 학교장은 당장 내년부터 학년 초에 인성교육 계획을 수립하여 이행해야 한다. 이것은 법으로 정해진 강제조항이다. 이 법에 의하면 ‘인성교육’은 바르고 건전하게 가꾸고, 타인·공동체·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인간다운 성품과 역량’이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핵심 가치·덕목’으로‘예(禮), 효(孝), 정직, 책임, 존중, 배려, 소통, 협동’등 8가지로 정했다.

8가지 핵심가치 ‘덕목’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그런 덕목을 개개인에게 어떻게 함양시킬 것인가?’이다. 필자는 ‘핵심덕목’을 함양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집중-몰입-삼매’라는 일련의 과정을 제안한다. 이것은 상당히 많은 작업과 과정이 필요하겠다. 우선 청소년들로 하여금 어느 하나에 집중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대상에 몰입하는 것이고, 최후에는 대상과 하나가 되는 三昧(삼매)이다. 바둑이든, 독서이든, 스키이든, 테니스든, 예술이든, 공부를 열심히 하든, 무엇이든 상관없다. 문제는 삼매가 되면 된다. 모두에 필자는 바둑을 이야기 했다. 집중과 몰입과 삼매에 이르는 하나로 ‘바둑’을 예로 든 것이다. 옛말에 정신일도하사불성(精神一到 何事不成)’이라는 명언도 있다. 그렇다. ‘집중’하는 습관교육이 첫걸음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