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영 건양대 교수

최근 정부의 대학평가 결과가 발표된 이후 대학가에는 후유증이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좋은 결과가 나온 대학들은 안도하고 있으나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온 대학은 적잖은 충격과 함께 정부의 평가방법에 불만을 표시하면서도 자구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국립대학 중에서도 저조하게 평가 받은 대학이 나오자 이제는 국립대학들도 노력하지 않으면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인식이 조성되고 있다. 사실 현재의 대학 현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어려운 환경에 놓여있다. 그 가장 큰 원인은 학령인구의 감소로 2023년까지 무려 16만명이라는 엄청난 숫자의 정원을 줄여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학생 수 1만명에 이르는 대학 16개 정도가 사라져야 할 위기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어려움을 해소해 나가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대학들이 자율적으로 정원을 감소해 나가고 통폐합을 위한 노력들을 해나가면 좋겠지만 그것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따라서 정부는 적지 않은 반발을 감수하더라도 평가를 계속해 나가면서 대학에 대한 구조조정을 계속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문제는 대학 구조조정 정책을 추진해 나가는 과정에서 수도권 소재 대학에 비해 지방대학들이 더욱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등록금을 더 이상 올릴 수도 없는 실정에서 정원은 지속적으로 감소해 나가야 하는데 설상가상으로 정부의 각종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게 되면 정부의 예산지원 조차 받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정부가 기대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서 냉정하게 지방대학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다시 한 번 면밀하게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지방대학은 단순히 인재양성이라는 교육기능을 넘어 지방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역할과 순기능을 몇 가지로 정리해 보면, 첫째, 지방대학은 지역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학생들과 교직원들이 대학을 중심으로 소비하는 예산은 지역경제 활성화에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다.  

둘째, 지방대학은 지역주민들에게 양질의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평생교육은 교육복지차원에서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는 정책이다. 이러한 정부의 정책에 따라 평생교육도시를 확대해 나가면서 예산도 늘려나가고 있는 추세이다. 셋째, 지역의 역사를 발굴하고 체계적인 관리에 선도적 역할을 한다. 대학의 역사 전문가와 관련연구소 등과 연계하여 지역 내의 역사적 문화재를 발굴해 나가고 체계적으로 관리해 나가는데 중심적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넷째, 수준 높은 문화생활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대학은 축제를 비롯해 그 어느 장소보다도 다양한 공연과 문화 활동이 펼쳐지는 곳이다. 따라서 이러한 공연과 문화 활동에 지역주민들도 참여해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다섯째, 지역에서 필요한 인재를 양성해 배출해 낸다는 것이다. 지방대학을 졸업한 학생 중 많은 인원들이 수도권으로 진출하고는 있지만 그래도 다수 인원들이 졸업한 지역에 진출하여 지역발전의 주역으로 활동한다. 대학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구조조정 과정에서 수도권에 있는 대학이나 지방에 소재한 대학을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할 것이 아니라 지방대학의 역할과 순기능을 고려한 합리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지방대학은 지방에 없어서는 안 될 산소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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