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철 와이즈 주연에 라리사 콘드라키 감독의 ‘내부 고발자(The Whistleblower)’라는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보스니아 UN 평화유지군에 파견된 한 여자 경찰관이 인신매매 현장에서 자신이 속한 국제경찰기동대가 인신매매에 관여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된다. 이를 고발하면서 원치 않게 내부고발자가 되나 그는 팀원으로부터 소외를 당하고, 이어서 해고를 당하게 된다.

줄거리로 보면 특별하지 않은 전형적인 내부 고발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정의와 인류애를 부르짖는 UN 조직에서 일어난 사건이라 많은 사람에게 분노를 준 영화다. 대부분 내부 고발자는 괘씸죄로 공개되고, 다양한 명목으로 인사상 불이익을 받게되며, 궁극적으로는 조직에서 스스로 나가게 되는 것이 일반화된 이야기이다.

어느 조직에서나 정의와 잘못된 것을 바로잡겠다는 신념으로 내부고발자가 된 사람이 조직의 배신자가 되는 것이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재단 비리를 폭로한 사립대 교수는 거리에서 강의하고, 교육부 장관 후보의 칼럼 대필을 폭로한 교사는 그 대학 동문사회에서 왕따가 됐고, 삼성 법무팀으로 있으면서 이건희의 비자금을 폭로한 변호사는 바람직한 사회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고, 대학 총장의 논문 표절을 주장한 교수는 다른 동료 교수에 의해서 대학의 위상을 떨어뜨린다고 비난을 받고 있다.

대부분의 내부 고발자는 조직 동료들이 불법 부정행위를 알고 있으므로 자신의 주장에 동조할 것이라는 생각과 희망을 가지고 고발을 한다. 그러나 조직 구성원은 침묵하고, 시간이 지나면 조직의 배신자로 몰아붙이고, 마지막에는 조직에 동조하여 내부 고발자를 내몰아친다.

2015년 서울대 합격자 출신 고등학교 6위를 기록하고 있는 서울 하나고등학교가 한 교사의 내부 고발로 시끄럽다.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하나고 특혜의혹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에서 하나고 입학전형에서 남녀의 성비를 맞추기 위해 임의로 합격자를 조작했고, 동시에 고위층 자녀 학교폭력 은폐 의혹까지 있었다고 고발을 한 것이다.

고발한 교사는 학교의 비리와 부정이 밝혀지면 학부모들이 같이 학교를 정상화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을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학부모들이 나서서 ‘학교를 즉시 떠나라’고 압박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내부고발한 것에 대해 입시부정은 이야기하지 않고 “정의는 무엇입니까?”라고 되묻고 있다. 하나고등학교 구성원 어느 하나도 내부 고발자 편이 없다. 내부 고발과 관련해 대부분은 자신의 신변을 위해 침묵하고, 조직의 명예를 명분으로 정의를 무시하고, 권력에 복종해 스스로 노예의 길로 들어선다.

그리고 매스컴의 관심이 줄어들고, 사람들의 뇌리에서 사건이 사라지면 고발자는 배신자가 되고, 조직 구성원에서 이름이 없어지며, 사회에서는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 돼 매장된다. 그렇게 정의가 사라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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