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시절에 집필한 대하역사소설 ‘임꺽정’의 저자 벽초 홍명희(888~1968년)의 문학세계와 삶을 조명하는 홍명희문학제가 올해로 20회를 맞아 청주 예술의전당에서 열렸다.

충북작가회의와 ‘임꺽정’을 출판한 사계절출판사가 공동주최한 이번 문학제에서는 20회를 기념하는 학술논문집 발간 출간기념회를 시작으로 벽초의 삶과 ‘임꺽정’의 문학세계를 조명하는 좌담회가 개최됐다.

좌담회는 도종환시인(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의 사회로 소설가 조정래씨와 만화가 박재동씨가 참여했다.

이날 좌담회에서 소설가 조정래씨는 괴산군의 홍명희문학제 반대 여론에 대해 “임꺽정은 받아들이면서 홍명희는 배척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일”이라며 “소설 ‘임꺽정’은 홍명희가 잉태한 자식과 같은 존재다.

작가의 삶을 바로 조명해보지도 않은 채 단지 북으로 갔다는 사실 만으로 홍명희를 배척하고 ‘임꺽정’만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충북 괴산군은 매년 괴산군에서 진행하던 홍명희문학제를 반대하면서 홍명희가 저술한 소설 ‘임꺽정’의 캐릭터는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홍명희 생가인 괴산읍 동부리 ‘홍범식 고택’(충북도 민속자료 14호)은 도로명주소가 ‘임꺽정로 16’이고 증평~괴산 국도 34호선에 세워진 ‘임꺽정 조형물’은 18일 개막하는 2015 괴산세계유기농산업엑스포를 홍보하고 있다. 괴산고추축제에서는 ‘임꺽정 선발대회’를 치러 오다 지난해부터는 ‘리틀 임꺽정 페스티벌’로 바꿨다.

이뿐 아니라 ‘임꺽정’은 음식 상표로도 활용되고 있다.

괴산군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농촌 여성 일자리 사업으로 ‘임꺽정 만두’를 개발했고, 지역의 한 농업회사법인에서는 ‘임꺽정 쌀 막걸리’와 ‘임꺽정 대학찰옥수수 막걸리’ 등을 생산했다.

이처럼 괴산지역에서는 벽초가 창작한 소설 ‘임꺽정’의 유명세를 활용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면에서 애쓰고 있는 모습이 역력하다.

하지만 어떤 창작품도 작가를 도외시한 채 작품만 부각시킬 수는 없다. 그렇다면 작가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자 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현재 괴산에서 홍명희 문학제를 반대하는 일부 보수 단체들은 벽초 삶의 한 단면만을 보고 있다. 이날 발간한 홍명희 학술논문집에는 각계각층의 문학평론가, 역사가, 언론인 등이 발표한 논문을 수록하고 있는데 이들 논문의 공통점은 “벽초는 오직 민족이 두 동강 나는 것을 반대한 중도 민족주의자”였다. 문학제의 반대에 앞서 벽초의 생애를 정확하게 재조명하고 그 후에 ‘임꺽정’과 ‘벽초‘를 현재의 우리 지역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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