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혜숙수필가

스무살 푸른 청년이던 큰 오빠는 군대에서 휴가를 받아 집에 오면 여름 저녁엔 나와 손위 언니를 데리고 집 마당 멍석위에 누워 이야기 삼매경에 빠지곤 했다.

저녁 식사 후 식구들이 하나 둘 빠져나간 자리에 어린 동생 둘이 남아 밀려오는 저녁잠도 물리친채 오라버니 곁을 지키면, ‘진짜 사나이’ 같은 군가도 가르쳐 주며 병영 생활 이야기를 실감나게 해 주었다. 그의 군대 무용담의 진위를 파악하기에 우리는 그리 영악하지 못했고, 설령 다른 이의 이야기를 자기가 한양 둘러댄다 해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역시 할머니 때부터 내력인 얘기꾼 기질을 오빠도 십분 발휘한 시간이었다. 그런 시간 밤하늘 아래서 길게 이어지던 이야기를 중단 시키고 탄성을 지르게 했던 것이 포물선을 그으며 떨어지던 산 너머의 별똥별이었다.

그 옛날 대제국을 호령했던 칭기즈칸의 나라인 몽골로 8월 한국의 무더위를 피해 몇몇 지인들과 비행기로 날아갔다.

돌궐과 흉노족이 조상인 몽고족은 몽고반점을 가지고 태어나는 우리와 유전자가 비슷한 몽골리언이다. 그들은 태어날 때부터 말과 친숙한 말위의 인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같은 북방민족의 피를 나눈 우리들은 내몽고의 초원 속 유목민의 주거지 체험을 위해 시라무룬 초원으로 이동한다. 척박한 땅 그곳의 촌장을 비롯한 유목민들은 아직은 순수하다.

하마주라고, 초원을 방문한 외지인들에게 반가운 환영식으로 노래와 함께 한잔 술을 권하며 푸른색천인 하다를 목에 걸어준다. 티베트 라마불교 문화가 혼재된 모습이다.

끝없는 초원위엔 군데군데 촌락을 이른 파오라고도 하는 주거지 유르트 촌들이 보일뿐 광활하다. 건조하고 추운 환경 속에 그나마 여름 한철 3개월 정도만 여행객들의 출입을 허용하는 그들만의 땅이다. 내몽고는 사막화가 급속도로 진행되어 봄철 황사의 진원지로 중국 정부가 녹지화를 목표로 나무심기에 사활을 거는 곳이기도 하다.

자본주의 달콤함이 가축들을 키우며 정착을 모르던 유목민들에게 이제 관광객을 상대로 돈벌이에 나서게 한다. 영토 전쟁에서 중국에게 빼앗긴 땅은 내몽고 자치구가 되었고, 남북으로 갈라져 몽고라는 정식 명칭을 쓰는 북쪽은 수도가 울란바토르인 외몽고이다.

초원의 밤은 적요하다.

청정한 밤하늘의 은하수는 끝이 없다. 머리위엔 금방이라도 우르르 쏟아질 기세로 낮은 별들이 대거 포진이다. 우리는 홀리듯 별에 이끌려 하나, 둘 밤하늘을 향해 풀밭에 누웠고, 한동안 조용히 짧은 탄성들만 질렀다. 저별들 중엔 이미 수 억 광년 전에 죽어 사라진 별이 보낸 빛의 잔영을 만나는 경외심도 있다. 그때 긴 꼬리를 단 별똥별들이 하나 둘 지평선 너머로 떨어진다. 일순간 조용하던 풀밭이 환호성으로 가득이다.

8월 밤 하늘에서 유성 쇼를 하는 페르세우스 유성우다. 유성을 보고 별이 똥을 눈다고 상상해 이름을 짓다니!

옛 선조들의 이름 짓기는 가히 시인을 능가한다.

이제 도시는 현란한 네온사인과 불빛으로 대낮처럼 환한 광공해 속이다.

그 많던 별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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