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마이산 아래 첫 마을 양덕리

▲ 마이산 아래 첫 마을 양덕 1리 동리마을 한가운데를 흐르는 동리천은 미호천의 최상류다. 구간별 부분적으로 다르게 하천 정비공사를 해 물의 양도 달랐다. 시멘트로 포장하지 않고 자연도랑 그대로인 부분에는 아직도 도롱뇽(사진 오른쪽 아래)이 살고 있어 미호천 상류가 제 모습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 마을주민과 음성군의 관심이 필요한 부분이다.

일부 구간, 시멘트로 정비

자연정화 등 하천 기능 상실

도롱뇽 서식 등 회생 희망

미호천 발원지 마이산 아래 첫 마을인 양덕리로 내려 왔다. 양덕리로 내려오는 길에 처음 발원지 샘으로 착각을 했던 옻 샘을 다시 보았다. 샘에는 여전히 가재가 제집인양 살고 있었고 샘 바로 위에는 멧돼지 목욕 터가 있어 주변을 기웃거려 보았지만 멧돼지는 보이지 않았다. 대낮에 사람의 발자국 소리를 기막히게 감지하는 산짐승들의 본능을 자연의 순리에 무딘 우리들이 어떻게 따라잡을 수 있을까.

일행들은 혹시나 멧돼지를 마주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서로 알고 있는 정보를 나누며 지레 겁만 먹었다. 어딘가에서 숨죽여 우리들의 모습을 훔쳐보고 있을 것 같은 산짐승들을 뒤로 하고 옻 샘과 이어진 도랑을 따라 마을로 내려왔다.

마이산 미호천 발원지인 매산 약수터에서 옻 샘으로 이어져 양덕리를 관통하는 도랑은 동리천(東里川)이라 한다. 산 아래 마을 양덕 1리를 동리라 부른데서 유래한 것이다.

비가 올 듯 말듯 하면서도 좀처럼 비가 오지 않아 한창 가물 때 답사한 양덕리 동리천은 물보다 풀이 더 많아 마이산에서 흘러 내려오는 귀한 물은 너무나 감질 맛났다. 산에서 자연도랑을 타고 졸졸 흐르는 물을 상상 했지만 수년 만에 온 가뭄이라니 도랑에 물이 마르지 않은 것만으로도 천만 다행이다.

안타까운 것은 도랑에 흐르는 물의 적음이 아니었다. 산 아래 마을로 접어들면서부터 시작된 동리천 도랑이 너무나 말끔하게 정비돼 있었다. 자연도랑을 그대로 두지 않고 시멘트로 둑을 다듬어 도랑 양옆을 석축으로 쌓거나 도랑 바닥을 시멘트로 발라버렸다. 마이산으로부터 발원한 천혜의 샘물이 시멘트로 만들어진 물길을 만나면서 제 모습을 잃었다. 특히 마을에서 나오는 생활폐수가 정화되지 않은 채 도랑물로 흘러 천연 암반수에서 나온 일급수의 물이 채 100m도 흐르지 않아 오염물로 바뀌는 순간이다.

양덕1리 마을 한가운데로 흐르는 동리천 도랑은 부분적으로 물이 흐르는 바닥을 시멘트로  포장하고 축대를 쌓은 부분이 있고 돌로 축대를 쌓고 도랑 바닥은 그대로 둔 경우가 있다. 불과 2km도 되지 않는 양덕 1리 구간이 이렇게 달랐는데 신기하게도 공사가 이루어진 구간은 물이 아주 적어 물이 흐른다고 할 수가 없고 공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구간은 부분적으로 자연도랑 형태로 남아 있어 물이 흐르고 있었다. 시멘트 때문에 물길을 찾을 수 없던 물이 시멘트 바닥 밑으로 흐르다 다시 흙을 만나 흙 위로 나와 흐르는 형국이다. 인위적으로 물길을 막는다는 것이 불가능함을 보여주는 일이다.

물길을 막기 위해 도랑을 시멘트로 바르지는 않은 것이다. 도랑을 깨끗하게 정비하는 차원이었겠지만 이러한 작업이 오히려 물의 자연 정화를 막고 물을 오염시키게 된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  

동리천의 양덕리 구간이 전체적으로 물이 심하게 오염됐음에도 불구하고 도롱뇽이 알을  낳고 자연부화해 성장하고 있는 것이 발견됐다.

미호천 지킴이 전숙자씨는 “참 신기한 일이다. 시멘트를 이용한 하천정비로 물이 많이 오염됐는데도 불구하고 깨끗한 물에서나 사는 도롱뇽이 알을 낳고 살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마이산에서 내려온 물의 생명력이 강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이는 미호천 상류가 심하게 오염됐지만 되살릴 수 있다는 희망이 있음을 상징한다”고 했다.

마이산에서 발원한 미호천 물이 사람이 사는 마을과 만나면서 오염이 시작되고 있다. 동리천 둑에서 생활폐기물을 소각하거나 도랑에 생활쓰레기를 버리기 때문이다. 음성군과 마을 주민들이 조금만 관심을 가져 주면 동리천 도랑은 언제든지 바로 제 모습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양덕리에서 태어나 평생을 살고 있는 정연승씨는 “마을 도랑으로 물이 마르지 않고 흐르지. 여름에는 들어가 가재도 잡고 물고기도 잡을 만큼 물이 많았는데, 언젠가부터 물이 줄어들었어”라고 회상한다. 유난히 깊은 물길을 갖고 있는 마이산에서 흘러나오는 물이라면 얼마든지 가능했을 이야기다.

양덕리는 양곡(良谷)의 ‘양(良)’자와 덕교(德橋)의 ‘덕(德)’자를 따서 양덕리라 불리고 있다. 원래 충주군 지내면에 속해 있던 지역이었으나 1906년 음성군에 편입되었다 1914년 행정구역 개편에 따라 덕교동, 양곡리, 대사동리를 병합하여 양덕리라 하고 삼성면에 편입되었다.

양덕1리 동리의 북쪽에는 미호천 발원지 마이산(472m)이 감싸고 있고 동리 동쪽에는 장등산이 있다. 양덕리 마이산에서 발원하는 동리천과 도치천이 덕정리에서 모아져 모래내천으로 유입돼 미호천으로 흘러들러가고 양곡천은 양덕2리에서 큰말천으로 유입되어 성선천으로 흐른다. 양덕리에는 물이 풍부해 연무실들, 영청거리, 질구지, 잭백이들이라 부르는 넓은 들이다. 양덕1리에는 동리저수지(마정제)와 오두목소류지가 있으며 양덕2리에는 1947년에 축조된 양덕저수지(일명 양지울저수지)가 있다.

위치는 삼성면의 면소재지에서 서쪽으로 2㎞ 떨어진 지점에 위치하고 있으며 동쪽으로 덕정리, 서쪽으로 경기도 안성시 일죽면, 남쪽으로 용성리, 북쪽으로는 대사리와 각각 접하고 있다. 양덕리는 3개의 행정리(양덕1리, 양덕2리, 양덕3리)로 이루어져 있으며 양덕1리의 동리(하덕동리, 한절우, 대사동), 양덕2리의 양지울(양곡리)·덜너기(덕여동), 양덕3리의 덕다리(덕교동) 등 4개의 자연 마을이 있다. 동리천이 흐르는 동리마을 대사동이라 부르는 곳에는 큰 절이 있었던 데서 유래한 이름이라 하는데 실제 절의 모습을 찾을 수는 없었다.

양덕리는 넓은 들에서 나는 벼를 비롯해 마늘과 고추가 생산되고 있으며 시설 원예 농업, 과수 재배 등 농업이 주가 되고 있다.

문화 유적으로는 양덕리 동리마을로 들어서기전 넓은 들에는 오래전부터 마을사람들이 장승제를 지냈던 부부 돌미륵이 서 있다.

할아버지 미륵 장승은 덕정저수지에서 마을길로 향하는 길 왼쪽 밭둑에 서 있고 할머니 미륵은 논을 사이에 두고 300m 떨어진 비탈진 밭두렁에 서 있다.

할아버지 미륵 장승은 화강암으로 된 선돌형의 미륵 장승이다. 눈과 눈썹, 코, 입술 등의 얼굴 부분은 음각으로 조각됐으며 남성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할머니 미륵 장승은 할아버지 미륵 장승보다 작지만 같은 형태이다. 그러나 얼굴 생김새는 여성의 모양으로 조각돼 있다.

음성 군지에 따르면 양덕리 동리에 있는 할아버지 미륵 장승이 언제 세워졌는지는 알 수 없으나 할머니 미륵 장승은 1900년을 전후하여 만들어 세웠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은 두 미륵 장승을 마을의 수살막이로서 영험하게 생각해 함부로 하지 않는다. 마을 사람들이 공동으로 제사를 드리던 풍습은 오래전에 단절되었고 현재는 개인적으로 치성을 드리거나 위하고 있다.

/김정애기자(취재지원 미호천 지킴이 전숙자·임한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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