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연 전 청주예총 부회장

1644년 명나라를  멸망시킨 것은 만주지방에서 새로이 세력을 확대한 청나라에 의한 것도 아니었고, 북쪽의 몽골이나 남쪽의 왜구도 아니었다.명나라 내부의 반란에 의한 것이었다. 이자성은 농민봉기로 명을 멸망시키고 나라이름도 ‘대순(大順)’하 하고, 황제가 됐다가 42일 만에 청나라에 의해 멸망했다.

이를 두고 박지원은 열하일기에서 “아아 슬프다. 애신각라(청나라)는 나라밖의 이자성(도적)이요, 이자성(도적) 역시 관내의 애신각라(적국)다”라고 한탄하였다. ‘애신각라’는‘누루하치’의 성이다. ‘애신’은 만주어로써 ‘김(金)’이고, ‘각라’는 부족이라는 뜻으로 ‘김(金)씨네’라는 뜻이다.

명나라 마지막 황제 숭정제의 최후는 비참하기 그지없다. 왕비와 후비들은 自決(자결)시키고, 딸들은 직접 죽였다.

최후에는 만수산으로 올라가 자신의 옷깃에 “내 시신은 도적들에게 갈기갈기 찢겨도 좋지만, 백성들은 한 사람이라도 상하게 하지 말라”란 유서를 남기고는 자결하였다. 북쪽의 청나라는 이자성을 물리치고 숭정제의 시신을 수습하여 장례를 성대히 치러 준다. 그리고 역적을 토벌한다는 명분으로 자신들의 중국대륙의 지배를 정당화하였다.

국가나 사회나 단체는 외부의 적보다는 내부의 적을 두려워해야 한다. ‘사자의 충’이라는 말이 있다. 백수의 왕 사자는 외부의 적들 때문에 죽는 것이 아니라, 몸에 난 상처를 빨아먹는 파리와 구더기 때문이란다.

지난 주말은 ‘2+2’남북 고위급 회담이 있었던 판문점 평화의 집에 국내외 시선이 집중되었다. 북한의 ‘목탄지뢰 사건’이 빌미가 되어 우리가‘대북 방송’으로 응하자, 북한은 준전시체제를 선포함으로써 일촉즉발의 형국이었다. 우리 는 위협과 협박에 단호히 대응함으로써, 43시간의 마라톤협상 끝에 ‘6개 항의 합의문’을 이끌어냄으로써 대 단원의 막을 내릴 수 있었다. 

김정은이 노린 것은 수년전 ‘천암함 폭침사건’이었다. 잠수함을 띄우고 주력부대를 전방에 배치하는 등 전시체제로 돌입하면서 남측의 국론분열을 노렸다.

그러나 이번은 달랐다. 의외였다. 박대통령과 국방 당사자들의 선택이 적중하였다. 이번 사건을 통하여 우리가 얻은 것은 성숙된 시민의식과 국론의 통일이었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여야가 하나가 되어 초당적으로 단호히 대처했다. 트집과 발목만 잡기에 여념이 없었던 야당! 모처럼 성숙된 모습을 보여줘 고맙기 그지없었다.

이 사건을 보면서 수년전 수십 명의 젊은 생명들을 앗아간 ‘천안함 폭침사건’이 생각났다.

필자는 문득 ‘이인동심(二人同心)이면 기리단금(其利斷金)이라’는 말이 생각이 났다. ‘두 사람의 마음이 합치면 그 날카로움이 쇠라도 자를 수 있다’ 이 말을 필자 나름 고쳐봤다. 양당(兩黨)이 동심(同心)하니, 기리단금(其利斷金)이라’가 그것이다. 여기서 ‘김(金)’은 쇠붙이가 아니라, ‘金정은’을 지칭한다.

그렇다. 국론통일이 정답이다. 여야가 한 마음이 되니 북한의 金정은도 무서워 할 것이 아니더라! 이번에 보여준 야당의 초당적 협력! 야당에게 찬사를 보낸다. 이런 모습을 앞으로도 자주 보여주길 바란다. 그러면 야당도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야당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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