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 행정학과

우리 문화는 전통적으로 좌식의 공간 집약적인 생활문화를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생활문화가 서구화되고, 입식으로 바뀌면서 생활공간이 최소 6배는 더 필요하게 되었다고 한다.

조선 시대 아흔아홉 칸 대궐 집이라고 할 때 한 칸은 한 평 반 정도의 방이 99개 있다는 의미이다. 60~70년대만 해도 시골에서 서울로 올라온 가구 대부분은 한 평 반 크기의 한 칸 방에서 옹기종기 모여 생활하였다. 지금 한 가족이 생활하면서 가장 작은 규모가 60㎡(18평)를 기준으로 하는 듯하다. 이러하니 6배가 필요하다는 말이 틀리지는 않은 듯하다.

우리의 전통 생활 양식이 한 칸 공간에서 이루어지다 보니 일상적인 생활도 공간 집약적 생활 양식을 택하였다. 지금은 주거 공간의 대부분을 침대가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한 칸 생활양식에서는 요와 이불이 있어서 아침이면 개어서 농에 넣어서 잠잘 때만 폈다. 오늘날 10㎡의 원룸에도 식탁이 있어서 온종일 일정한 공간을 차지한다.

그러나 우리의 한 칸 문화에서는 요나 이불처럼 상다리를 폈다가 접을 수 있는 상이 있어서 식사가 끝나면 접어서 한쪽에 치워놓고 살았다. 공간이 필요 없다. 손님 올 때만 사용하던 방석이 소파로 대체되면서 거실의 대부분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예전에 물건을 나를 때면 으레 보자기를 사용하였다. 지금도 연세 드신 분들은 초등학교 때 가방 대신 보자기에 책을 넣어서 어깨나 허리춤에 동여매고 뛰어갔던 기억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지금은 보자기가 추석과 설 때 고급 선물을 싸는 용도로만 사용되고 있을 뿐이다. 그 보자기가 이제는 가방으로 대체되면서 가방이 좁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초등학생 책가방, 신발 주머니부터 부피가 큰 해외여행용 가방이 가족 수 만큼 있어서 창고를 채우고 있다.

우리 조상은 옷도 양복처럼 걸어 놓지 않고 개어서 보관하는 것이 일반적인 생활 양식이었다. 공간 집약적 생활 양식이다. 더우면 부채로 한여름을 보냈다. 그 부채도 공간을 차지할까 염려하여 접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이제는 선풍기가 대신하고 처서가 지난 뒤에는 선풍기를 놓아둘 공간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제는 더 발전되어 에어컨이 집안의 한쪽 공간을 사시사철 차지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 집이 작아서 공간 집약적 생활 양식을 가지게 되었는지, 공간 집약적 생활 양식으로 한 칸짜리 집과 방을 가지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우리의 뿌리에는 공간 집약적 사고와 문화가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사고가 가장 공간 집약적 기술을 요구하는 반도체나 IT 기술을 발전시키는 데 이바지하였는지도 모른다.

지금 세계는 정보화 시대 지구촌 시대라 한다. 공간이 사라지고 있는 세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그 내면을 보면 공간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시대가 되고 있다. 이를 위해 사라지고 있는 우리의 한 칸 방 문화도 쓸모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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