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청주흥덕도서관 사서

어른이란 뭘까. 어른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흔히들 그런 것처럼 나 역시 20살이 되면 어른이 된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성인이 되고 대학을 가고 어느새 취직까지 했지만 삶은 점점 더 어리둥절해질 뿐이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이제는 철지난 이 유행어가 26살 애매한 어른의 심정을 대변해준다. 직장관계, 가족관계, 친구관계 기타 등등, 그 많은 관계들과 구조들 속에서 나라는 존재는 시시때때로 작아지고 또 낮아진다.

어른이 되면 으레 원만하게 굴러가리라 생각했던 모든 것들이 오히려 낯설어지고 더 복잡해졌다. 막연히 생각해왔던 훌륭한 어른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어쩌다 어른이 되어버린 서툰 어른의 모습으로 어른이란 범주 안에 속해버린 것이다.

‘이게 뭐야. 나만 이래?’ 몇 백번쯤 곱씹어 봤을 그런 마음들. 이 책은 그런 서툰 어른들에게 속 시원히 대답해준다. “나도 그래!”

혼자 길을 걷다가, 잠자리에 들었을 때, 오래된 친구를 만날 때 등등 때와 시간을 가리지 않고 문득 문득 가슴을 치고 지나가는 물음들이 있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과 잘하는 일을 해서 인정받는 것 중 어떤 것이 더 행복한 삶일까?’, ‘저 사람은 어떻게 저렇게 여유로워 보이지?’, ‘이대로 평생 혼자인 건 아닐까? 진정한 사랑이란 뭘까?’

남에게 털어놓기엔 어쩐지 창피한 그런 고민과 생각들을 작가는 만화, 영화, 드라마, 노래 등 여러 작품들을 소개하면서 진솔히 풀어낸다.

작가가 소개해주는 작품들은 장르가 다양하다. 성인 개그만화인 ‘디트로이트 메탈시티’에서부터 진한 사랑영화인 ‘비포 선셋’까지. 그러한 작품들은 작가가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좀 더 쉽게 표현하는 장치가 된다.

‘아무것도 몰라요 라고 하기엔 난 짧지 않은 세월을 살아온 것 같네요’ 이적의 노래, ‘고독의 의미’의 첫 소절을 소개하며 작가는 말한다.

‘사실은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어른이 되는 것은 과연 어떤 건지. 어떻게 하면 될 수 있는 것인지도 알 수 없다. 어쩌다보니 ‘어른’이라 불리는 나이가 되어버렸고, 몸은 조금씩 노화의 징후를 보이는데, 마음은 여전히 말랑해서 작은 스침에도 쉽게 상처가 난다.’

나 역시 어른이 되면 무엇보다 가슴이 단단해 질 줄 알았다. 그러나 점점 딱딱해지는 표정과 사고방식과 달리 마음이란 놈은 도무지 단단해질 생각을 않아, 나는 나의 어딘가가 잘못된 것은 아닐까 고민했었다. 그런 나에게, 작가는 자신도 그렇다며 공감해주었다.

작가는 말한다. ‘단지 나 자신과, 나와 비슷한 고민 때문에 밤잠을 설친 적이 있는 분들께 그저 작은 응원쯤은 되었으면 좋겠다’고.

작가는 앞으로 다 잘 될 거라는 낙관적인 미래를 제시하거나 긍정적인 사고를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어른스럽지 못한 어른들 중 하나인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줄 뿐이다.

‘아무도 읽지 못하도록 분서갱유라도 하고 싶은 심정’으로 쓴 자신의 책을 통해 독자가 “아 다행이다. 나만 그런 거 아니네!”라고 위로 받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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