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 행정학과

5명의 가족이 25인승 미니버스를 타고 348일간 유라시아 25개국 163개 도시를 여행하고 ‘빼빼 가족 버스 몰고 세계여행’이란 책을 내서 유명해진 가족이 있다.

이들의 여행기 가운데 핀란드에서 아이들이 “왜 이 나라는 인구도 적고 세계적 기업도 없는데 잘 살아요?”, “부자 같아 보이는 사람도 없네요.”

그러자 아버지가 하는 이야기가 세금을 많이 내기 때문이라고 했다.

핀란드는 많이 번 사람은 세금도 벌금도 많이 낸다. 그리고 마을마다 누가 세금을 얼마를 내고 있는지를 알 수 있도록 책자를 발간한다고 한다. 이에 핀란드인들은 세금 많이 내는 것이 자랑이고 명예가 되는 것이다. 이에 아이들이 하는 이야기가 “복지 쉽네요. 세금 많이 내면 되네요”하고 있다. 이에 반하여 우리는 아직도 증세 없는 복지를 주장하고 있다.

국가의 발전 과정을 보면 왕정이나 독재체제에서는 가능한 세금을 내지 않는 것이 현명한 것으로 탈세가 일반화되었다. 우리의 경우도 70년 때까지만 하더라도 부동산 거래한 뒤에 제대로 세금을 낸다는 것은 생각하지 못할 정도였다. 다음 단계는 조세 관련 법을 준수하는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는 가능한 법의 테두리 내에서 세금을 적게 내는 것을 찾고, 세무사가 하는 대표적인 일이 절세방법을 찾아주는 것이다. 이 단계에서도 세금을 제대로 낸다고 하면 이상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복지국가의 모델로 이야기하는 나라를 보면 세금 내는 것을 의무로 생각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도 납세의 의무를 국민의 의무로 생각하지만, 의무에 대한 자발적 책임성이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이 단계에서는 법의 조항을 준수하기보다는 법의 목적을 더 존중한다.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높은 국가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한다. 국가가 국민을 위한 존재가 아니고 국민을 착취하기 위한 도구일 때 국민은 세금 내기를 거부하고, 세금이 낭비되거나 비효율적으로 사용될 경우에는 납세저항운동이 일어나게 된다.

E. 고프먼은 “동물과 인간의 뚜렷한 차이는 동물은 본능이 있고 인간은 세금이 있다는 것이다”라고 하고 있다. 인간은 공동체를 존속시키기 위해 계약으로 국가를 만들었다. 그 계약에 핵심은 서로 세금을 내어서 국가를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GDP 대비 총 조세 수입은 2008년 기준으로 26.5%로 OECD 국가의 평균 34.8%와 큰 차이를 보인다. 이는 OECD 회원국 가운데 5번째로 낮은 수치이다. 2011년 기준 OECD 국가의 평균 임금 근로자 총 조세부담율은 약 35%였다. 벨기에는 55%로 가장 높았고, 유럽의 많은 국가가 40%를 넘어서고 있다. 우리는 20.3%로 조세 수입과 같이 OECD 회원국 가운데 5번째로 낮은 수치이다.

바람직한 복지국가로 가는 방법은 모든 사람이 소득에 따라서 세금 내는 것을 자랑으로 하고, 국가는 그 세금을 국민을 위해서 공평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하면 된다. 탈세, 절세를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않고, 담세능력에 따라 세금을 많이 내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나라가 복지국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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