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연 전 청주예총 부회장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는 ‘이열치열(以熱治熱)’이 최선의 처방이다. 아침 에 테니스장 두 세 게임을 치고 나면 땀으로 범벅이다. 오늘도 운동을 파하고 노익장들과 삼삼오오 해장국집으로 향했다. 그런데 화제의 대상이 내가 제일 싫어하는 정치이야기였다.

“이 나라는 국회의원들 때문에 큰일이여! 국회의원을 반으로 줄여도 못할 텐데, 오히려 60명을 더 늘리려고 한다네”라고 열변을 토한다. 또 다른 그룹에선 “박정희 시절이 요순이었어. 아 글쎄 세월호 가 뭐하는 거여. 위원장 연봉이 ‘일억 육천이나 된다고 하네”라며 울분을 감추지 못한다. 필자도 그 이야기를 들으니 부아가 치민다.

언젠가 중국인들과 선거에 대해 대화한 적이 있었다. 선거를 못해본 중국인들은 선거 때문에 진통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를 부러워하지만, 나는 오히려 선거 없이도 잘 돌아가는 중국정치가 부러웠다.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을 이치에 맞는 것처럼 교묘하게 꾸미는 것을 궤변(詭辯)이라고 한다. 똑똑하고 머리가 명석한 사람들만이 궤변을 할 수 있다. 이들을 ‘소피스트’라고 했다. 플라톤은 소크라테스가 소피스트에게 죄인으로 몰려 독배(毒盃)를 마시는 것을 보고 민주주의의 맹점을 간파했다. 선전선동에는 뛰어난 사람들이 정권을 잡으면 중우정치(衆愚政治)가 된다는 것이다. 민주주의 발상지 아테네는 중우정치로 말미암아 국가가 힘을 잃고 스파르타에 의해 멸망하고 말았다. 그래서 그 대안으로 ‘국가론’을 저술해 ‘철인(哲人)이 통치하는 나라’를 주창했다.

우리의 현실을 보면서 ‘국가론’이 생각이 난다. 플라톤은 아테네가 중우정치로 변하면서 몰락한 원인으로 네 가지를 들었다. 첫째는 대중적인 인기에 영합하여 대중의 요구라면 무조건 들어주는 사회적 병폐이고, 둘째는 개인의 능력과 자질과 기여도를 무시한 그릇된 평등주의이고, 셋째는 개인의 절제와 시민의 덕목을 경시하고 무절제와 방종으로 치닫는 행위이고, 넷째는 엘리트 집단을 부정하고 중우정치로 변질되는 것이라고 간파했다 

‘국가론’에는 철학과 도덕과 정치와 교육, 그리고 예술이 총 망라돼 있다. 인간의 영혼에는 ‘이성과 혈기와 욕망’이 있다고 한다. 세 가지가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이성’이다. ‘이성’에 의하여 최고의 선을 찾을 수 있고, ‘이성’에 의하여 ‘혈기와 욕망’이 통제될 수 있다고 했다. 이성에 의하여 다스려진 혈기는 ‘정의’가 되고, 혈기가 욕망에 사로잡히면 폭력으로 나타난다.

플라톤의 이론은 아주 오래된 것이기는 하지만, 오늘날과도 연관성이 있어 보인다. 철인(哲人)이란 높은 학식과 덕성으로 지혜를 겸비한 사람을 지칭한다. 이런 사람이 통치할 때만이 이상국가가 건설이 가능하다고 했다. 

지리산 청학동에 가면 천제단이 있다. 기둥에는 ‘천하대운소국회(天下大運小國回)요, 소국능대만국중(小國能大萬國中)이라’고 쓰인 글귀가 내 마음을 사로잡는다. 즉 ‘천하의 대운(大運)이 우리나라로 돌아오고, 우리나라가 능히 세계의 중심이 된다’는 뜻이다. 나는 “정치만 잘하면 우리가 세계 속의 한국으로 우뚝할 수 있는데”라며 아쉬워한다.

그래서 정치인들에게 ‘국가론’만은 꼭 읽어보라고 권한다. 그들에겐 이 말이 우이독경(牛耳讀經)이 아닐까 우려된다. 제발 부탁한다. 이제 도리(道理)가 아닌 것을 도리로 만들어 대중을 현혹시키는 궤변은 그만두기 바란다. 우리나라는 정의로운 사람이 지배할 때 정의로운 국가가 되고, 세계 속에 우뚝 선 ‘대한민국’으로 성장할 것이다. 그렇다! 광복 70년! 천하대운이 우리나라로 돌아오고 있다. ‘철인(哲人)의 통치(統治)’가 그 길이요 해답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