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여름이다. 더위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선풍기를 돌리고 에어컨을 틀어도 더위 앞에는 도리가 없다. 어서 이 여름이 빨리 지나가 주기를 바랄 뿐이다. 그런데 이 여름의 한 시간 한 시간이 더없이 소중한 사람들도 있다. 가능하다면 시간을 붙들어 매고 싶은 심정이리라. 바로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다. 여름방학을 맞이해 여유를 즐기기도 해야겠지만, 우선 급한 것은 학기 중에 미진했던 과목을 보충하고 다가오는 수능을 준비해야 한다. 그 거의 마지막 기회가 바로 여름방학이다.

지난 6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는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시행 세부계획을 공고했다. 이에 따라 얼마 후면 학생들은 수능 원서를 접수해야 하고, 그러고 나면 수능시험일까지 그야말로 초읽기에 들어간다.

고 3학생은 이 기간 동안 최고조의 긴장상태를 유지하며 학업에 몰두한다. 한편 학생들은 내달 2일부터 시작되는 수시 모집에도 심경을 써야 한다. 자기소개서를 작성해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논술준비도 해야 한다. 수능 준비를 소홀히 할 수도 없다. 정시모집에는 당연히 수능 점수가 반영되는 대학이 많지만, 수시에도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요구하는 대학이 많기 때문이다. 2중 3중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들을 보면서 안쓰러운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대학 입시를 위한 고행은 비단 학생들만 하는 게 아니다. 선생님도 학부모님도 고행을 하기는 마찬가지다. 선생님은 자신의 진로지도 경험을 총동원하여 학생을 지도한다. 추천서 작성은 물론 학생들이 작성한 자기소개서도 살펴 봐 주어야 한다. 그리고 수능 시험 준비를 위한 최종 마무리 정리 지도를 위해 교재 연구도 철저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 밀도 있는 수업이 이루어지고 그런 수업을 들어야 학생들의 실력이 조금이라도 향상되기 때문이다.

어떤 선생님께서는 담임 반 학생은 물론 지도하는 교과와 관련된 학생들의 자기소개서도 살피고 추천서도 작성해 주시느라 새벽 3시, 4시까지 잠을 설치고 강행하시다가 끝내 병원 신세를 지기도 하셨다. 학생들이 고행의 시간을 버티는 동안 이들을 곁에서 지켜보며 또 다른 긴장을 하는 분들이 바로 학부모님들이다. 선생님은 선생님대로 학생들을 지도하느라 힘이 들고 학부모님들은 학생이 최선의 대입시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뒷바라지하기에 역시 긴장을 한다. 그리고 그 긴장은 그 상태를 넘어 기원이나 기도로 바뀐다. 어떤 학부모님은 아들의 수능 대박을 기원하며 백일기도를 드리기도 하고, 또 어떤 어머니는 딸이 학교 자율학습을 마치고 돌아와서 다시 집에서 공부를 마치는 새벽 2~3시까지 곁을 지키느라 밤잠을 설치기도 한다. 어떤 아버지는 딸이 수능준비를 하는 1년여 동안 텔레비전을 아예 꺼 놓고 사셨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이제 초등학교부터 아니 그 이전부터 시작된 수험생들의 대학입시와의 긴 싸움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긴장되고 초조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긴장하고 욕심을 부려 공부에만 매달리다 보면 가장 중요한 건강을 소홀히 할 수도 있다. 자신의 건강을 챙기면서 긴장되지만 좀 차분한 마음을 가지고 그동안 공부했던 내용을 정리해 보자. 한꺼번에 갑자기 성적이 오르는 일은 결코 없다. 지금까지의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침착하게 정리하는 게 보다 중요하다. 선배님이나 매스컴의 조언에도 귀를 기울여야겠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주도적인 학습이다. 자신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역시 나 자신일 것이다. 이제 침착해지자. 그리고 성공한 내 모습을 그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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