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리 청주상당도서관 사서

백제의 미학. 검소하되 누추하지 않았고,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았다.

며칠 전 나는 청주에서 열린 전 문화재청장으로 계셨던 유홍준 교수의 인문학 강의에 참석했다. 명작의 조건과 장인정신을 주제로 한 강의는 거침없었고 적절한 유머와 비유로 빠르게 몰입하게 하였다. 유홍준 교수는 명작이 발현되기 위한 중요한 조건으로 지역사회 시민들의 지속적인 보존의 의지와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제시하였다.

명작이 탄생만으로 완성되기는 어렵고, 보편적 가치를 보존과 관리가 인정되어야 비로소 드러낼 수 있음을 설명한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7월 4일 백제역사유적지구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것은 매우 감격스러운 일이다.

백제 역사 유적 지구는 공주시, 부여군, 익산시 3개 지역에 분포된 8개 고고학 유적지로 이루어져있다.

구성된 유산들은 백제의 수도가 지녔던 역사적 기능을 입증하며, 적용된 자재와 기법이 대체적으로 전통을 따랐다는 것에서 높게 평가 받았다.

안목도 식견도 의지도 부족한 나는 다행이도 유홍준 교수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3’을 통해 전남과 경북을 거쳐 옛 백제에 이르는 공주, 부여, 익산의 둘레 둘레를 다니며 살핀 명소들을 자세히 느낄 수 있었다.

지극하고 평범하고 일상적인 풍광이 느끼기에 따라선 기암절경보다도 더 진한 감동으로 온다고 한다. 화려하진 않지만 매끄러운 형태미는 백제의 풍모인 것이다. 평소 불교는 인도의 소산이고 그런 백제불교미술의 정체성에 의문을 품고 있을 때 맹목적 모방이 아닌 독자적 문화를 만들어가려는 노력과 백제가 창출한 우리 고대 국가의 세련된 고전미가 백제의 미소의 진면목임을 이해시켜 주었다.

아마도 독자들은 전남부터 경북까지 위풍당당한 문화유산을 살펴보고 있노라면 한껏 고조된 상태에서 우리 백제를 얼마나 아름답게 나타낼까 잔뜩 기대했을 것이다. 이때 저자는 기대를 낮추게 하고 건축의 표정과 공간의 성격을 말한다.

멸망한 비운의 나라라는 낙인이 진정한 백제가 지닌 문화적 성숙함은 놓치게 하였고 백제의 마음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준 것이 없어 백제를 찾는 많은 사람들이 보고 이해하기 어려워했기 때문이다.

명작에는 명작에 걸맞은 명문이 따르기 마련이고 그 명문으로 인하여 명작의 인문적 미학적 역사적 가치가 고양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나는 이 책이 훌륭한 명문임에 확신하며 명작의 가치를 충분히 빛내고 있음에 찬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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