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생태·문화·사람이 있는 미호천에서 놀다…<1> 왜 미호천인가?

▲ 미호천을 따라 상류로 거슬러가면서 청주시 옥산교에서 바라본 미호천(①), 삼성면 미호천(②), 양덕리 미호천(③), 마이산 미호천(④). 발원지를 향해 상류로 갈수록 물의 폭이 좁아지고 있다.

 

음성 양덕리 마이산 약수터 발원…보편적 합리적 사실

발원지 행정구역 양덕리·대야리 혼용 표기…정리 필요

 

 

◇미호천에서 천연기념물 미호종개가 사라졌다

미호천이라는 이름을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미호종개라는 물고기가 떠오른다. 자연과학적으로 분류하면 학명은 Cobitis choii이며 잉어목의 미꾸리과에 속하는 멸종위기등급 1급에 속하는 천연기념물(2005년 3월 17일 지정 제454호)이다. 연한 황갈색을 띠며 최대 성장했을 때 몸길이가 6~7cm정도이고 몸은 가늘고 길며, 꼬리자루의 뒤쪽이 앞쪽보다 옆으로 더 납작하다. 눈 밑에 끝이 둘로 갈라진 가시가 있다. 주둥이는 길고 뾰족하며, 입에 3쌍의 수염이 있다. 옆줄은 뚜렷하지 않으나 수컷의 가슴지느러미 끝부분의 골질 판은 가늘고 길며 톱니 모양이다. 몸 빛깔은 연한 황갈색으로 몸의 양쪽 중앙부에 12∼17개의 원형 또는 삼각형으로 된 암갈색 얼룩 줄이 있다.

미호종개는 주로 물의 흐름이 느리고 바닥이 모래와 자갈로 된 얕은 청정한 하천에서 서식한다. 먹이는 모래에 붙어 있는 규조류를 주로 먹고 사는데 입으로 모래를 넣어 거기에 붙은 조류를 먹고 아가미로 뱉어 내기 때문에 굵은 모래가 있는 곳에는 살 수 없다. 특히 몸을 모래 속에 완전히 파묻고 사는 습성이 있다.

미호종개가 최초로 발견된 곳이 미호천이어서 1984년 학계에 처음 한국 토종 신종으로 보고한 학자들이 미호종개라는 이름을 붙였다. 금강 상류이며 대청호이남 지류인 미호천이 주요 서식지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당시 미호천이 청정하천이었음을 입증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30년이 지난 현재 미호종개는 발견당시 그 자리에서 서식하고 있을까?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미호천 주변으로 형성된 많은 산업시설에서 배출된 오폐수와 골재채취 등으로 그 수가 크게 감소하기 시작해 1996년 환경부가 미호종개를 특정어종으로 지정, 허가 없이 포획할 수 없도록 했다. 이후 천연기념물 제454호로 지정되었고, 2012년 5월 31일 멸종위기야생동식물 1급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지만 오래전 미호천 어딜 가나 볼 수 있었던 미호종개는 찾기 어려워졌다.

최근 미호종개가 발견되고 있는 곳은 미호천 1차 지류하천인 백곡천 백곡저수지 상류와 금강유역의 지류하천인 대전 갑천, 공주의 유구천, 청양 지천에서 일부가 서식하고 있는 것이 확인되었다. 미호천에서 발견돼 미호종개라 불렸던 미호종개라는 이름이 무색해진 것이다. 미호종개가 미호천에서 사라지는 동안 우리는 무엇을 했을까?

본지 특별기획 제1부  ‘생태·문화·사람이 있는 미호천에서 놀다’는 그 반성에서부터 출발한다. 이 특별기획은 금강환경지킴이 미호천 담당자인 전숙자(숲 해설가. 53)·임한빈(53)씨가 동행 답사하며 미호천의 생태와 환경에 대한 전문적인 도움을 주기로 했다. 미호천의 발원지 삼성면 양덕리 마이산에서 시작해 세종시 동면 금강과 만나는 합강리까지 89.2Km를 도보로 답사하며 미호천의 생태와 문화, 사람을 만나는 여정이다.

 

◇미호천의 발원지는 어디?

가뭄이 극에 달해 땅이나 농부가 오직 하늘만 바라보며 비를 기다리고 있던 6월 중순 미호천 지킴이 전숙자·임한빈씨의 길안내로 미호천의 발원지를 찾아 음성군 삼성면 양덕리 마이산(471.9m)으로 향했다.

사실 물줄기의 발원지를 찾는다는 것은 광활한 우주환경을 생각할 때, 참으로 불필요한 일이다. 물줄기는 전 국토가 땅속깊이 수맥으로 연결돼 있어 그 가운데 미호천 발원지 한곳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땅이라는 것은 그 깊이에 따라 어디에서 우물을 파든 물이 나올 수밖에 없다. 땅속 그 깊고 심오한 물길의 세계를 인간의 눈높이로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이라고 단정하는 일이 무의미한 일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물길의 원천이 되는 ‘샘’ 역시 하늘에서 비를 내려줘 그 물이 샘에 고인 것이 아니라, 그 물이 땅 속 깊이 스며들어 있다 한 물줄기, 즉 샘을 통해 땅 밖으로 뿜어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샘은 사람이 사용하고 있는 한 비가 내리지 않아도 물이 마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샘이 마르는 경우는 몇 가지 있다. 하나는 샘이 내줄 수 있는 물의 한계를 넘어 사람들이 너무 많은 물을 사용했거나, 오랜 가뭄으로 마르거나, 개발로 샘으로 가는 어딘가의 물줄기를 끊어 놓았거나. 최근 물길의 원천이 되는 산속의 샘들이 이 같은 몇 가지 이유에 의해 말라가고 있다는 점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입을 통해, 각종 책이나 문서화된 자료를 통해, 혹은 인터넷상에 흘러 다니는 온갖 정보를 통해 미호천의 발원지에 대한 이야기가 체계적으로 정리되지 않은 채, 다양한 미호천의 물길만큼이나 여러 갈래로 흩어져 돌고 있다. 그 이야기들이 제 갈 길을 잃은 물길처럼 얕아지기 전에 흩어져 있는 자료들을 취합해 한번쯤 집고 넘어가야할 필요성을 느낀다.

미호천의 발원지를 찾기 위해 몇몇 자료를 찾아보았는데 공교롭게도 의견이 분분했다. 나름 권위 있다고 인정되는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의하면 ‘미호천(美湖川)은 충북 음성군 음성읍 부용산(芙蓉山, 644m)에서 발원해 도의 서부를 서남류해 금강에 합류하는 하천’이라고 표기돼 있다. 하지만 이것은 뭔가 잘못된 표기다. 부용산은 행정구역상 음성읍이 아닌 충주시 신니면 광월리다. 이후 다시 디지털 진천군지에 수록된 자료에 의하면 같은 실수를 범하고 있다. 그래서 왜 이런 반복된 실수가 있었던 것일까 궁금해 그다음 발원지로 지목돼  있는 음성군 음성읍 감우리·동음리의 경계에 있는 보현산(482m)에 주목하게 됐다.

브리태니커 사전은 미호천의 발원지가 ‘감우리 보현산 북쪽 계곡에서 발원해 진천군·청원군과 충남 연기군을 거쳐 연기군 남면 월산리와 동면 합강리 사이에서 금강에 흘러든다’고 표기돼 있다. 여기서 ‘보현산 북쪽 계곡’이 지도상으로 보면 부용산인데 현재는 ‘생음대로’가 가운데로 나 있어 보현산과 부용산이 양쪽으로 나눠지는데 실제는 보현산이 부용산 줄기에 속하기 때문에 민족문화사전이나 진천군지에서 미호천의 발원지를 보현산이라 하지 않고 부용산이라 표기한 것으로 짐작된다. 이를테면 보현산보다 더 멀리, 북쪽에 있는 산으로 부용산에서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보현산으로 흘러들었다고 본다면 미호천의 발원지를 부용산으로 표기한 것도 굳이 틀리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좀 지나치게 광범위한 해석이다.

그 다음은 ‘한국지리’자료다. 여기에 등장하는 ‘미호천(美湖川)은 음성군의 마이산(망이산, 매산이라고도 불림) 옹달샘에서 발원하며 약 37.5km를 흐른다. 충북 음성군부터 증평군 보강천의 합류지점까지 지방하천으로 지정하고 있으며 보강천부터 금강까지 국가하천으로 지정하고 있다’고 돼 있다. 

이처럼 기록된 많은 자료들이 제각각이지만 여러 자료와 현장답사를 통해 분석한 결과 본지가 굳이 행정구역 명칭을 정하자면 미호천의 발원지는 ‘음성군 삼성면 양덕리 마이산 약수터(샘)’라는 것이 보편적이고 합리적인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그 명분을 설명하자면 우선 금강과 만나는 세종시 합강을 기점으로 해 상류로 거슬러 올라갈 때 보현산보다 마이산이 약 5km 멀리 있다는 점이다. 또 하나 미호천 본류를 따라 상류로 향하는 과정에서 지천으로 방향을 틀지 않고 온전히 본류만을 따라 갔을 때 그 끝이 삼성면 양덕리 마이산이었다.

그럼에도 여러 자료에서 미호천의 발원지를 표기하면서 그 행정구역을 삼성면 양덕리 마이산, 혹은 대야리 마이산이라는 지명을 혼용해 사용하는데 이 역시 분명하게 정리해야 했다.

우선 미호천의 본류를 따라 거슬러 올라갔다. 청주시에서 출발해 오창, 진천을 지나 하천길을 이용해 삼성면소재지에서 양덕리로 이어지는 길이었다. 양덕리 마을회관을 지나 마이산을 향해 오르기 시작했다. 산으로 들어서자 숲이 우거진 와중에도 아주 폭이 좁은 계곡이 있었다. 지독한 가뭄 때문인지 좁은 계곡에는 겨우 흙이 물에 젖을 정도의 적은 물이 흐르고 있었다. 어쩌면 그만한 물이라도 흐르고 있어주는 것이 감지덕지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어딜 가나 물에 목말라있기 때문이다.

산속으로 들어와 채 100m도 오르지 않아 마이산 초입에서 작은 샘을 만날 수 있었다. 미호천 발원지로서 샘에 대한 환상이 있었던 모양이다. 깊은 산골 옹달샘은 전래동화 ‘나무꾼과 선녀’ ‘젊어지는 샘물’ 등과 같은 이야기가 등장하는 샘일 것이라고 상상했다. 하지만 우리가 본 샘은 고무 통 한 개가 그 안에 들어 있고 그 통 안에는 찬물이 가득 차 있는 정도 였다. 통 위로는 좁은 계곡에서 흘러내려 오는 물이 졸졸 흐르며 담기고 있었고 안에 있던 물이 넘쳐 다시 아래로 흘러내려갔다. 길안내를 맡은 임한빈씨가 고무 통 주변에 잔뜩 덮여 있는 낙엽을 걷어내고 손을 집어넣자 어른 손가락 굵기의 가재가 달려 나왔다. 가재는 마치 발원지를 지키고 있는 수호신처럼 사람의 손길에도 당황하지 않고 느긋했다. 곁에는 그늘진 숲속에서 자라는 층층나무가 우아한 자태로 서 작은 샘을 가득 덮어 깊은 그늘을 만들고 있다. 긴 가지가 줄기를 빙 둘러 층층이 나오며 옆으로 뻗어 위쪽이 여러 층으로 된 넓은 둥근 모양을 이뤄 마치 나무 아래 있으면 거대한 우산을 쓰고 있거나 지붕아래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글 김정애기자(취재지원 전숙자·임한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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