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공주시와 부여, 전북 익산시에 분포돼 있는 백제역사유적지구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지역을 넘어 인류문화유산이 됐다. 중요한 것은 이 세계문화유산을 앞으로 어떻게 보전 관리해 미래 자산으로 만들어 가느냐에 달렸다. 경제적인 부가가치에 초점을 맞춰 무분별한 상업화로 일관할 것인가, 아니면 최대한 원형 그대로 보전해 세월이 흐를수록 백제역사유적의 가치가 농익어 가는, 현재 보다는 미래가치에 중점을 둘 것인가 하는 문제다. 기계문명과 다른 역사유적이라는 것은 당연히 후자여야 한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백제역사유적지구를 명실상부한 세계적 명소로 만드는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덧붙여 안 지사는 “무엇보다 지역 주민들이 역사유적을 보전하기 위해 오랜 기간 사유재산권 행사에 대한 제약을 감내하며 그 가치를 보전한 덕분”이라면서 “세계문화유산을 세계적 자산으로 만들고 지역 주민들 삶의 질과 소득 증대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지역주민의 희생과 인고의 시간을 부정할 수 없다는 안지사의 생각은 문화유산만큼이나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자칫 현재 상황만을 의식해 지나친 투자와 개발 위주로 갈 때 미래 더욱 가치 있는 자산으로 발전할 수 있는 천 금 같은 기회를 잃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실제 전국 역사유적지 중 지나친 상업화로 인해 본래의 모습을 잃어 미래가치를 상실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백제유적지구는 그 같은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될 일이다.

공주의 공산성 및 송산리 고분군, 부여의 관북리 유적·부소산성 및 능산리 고분군, 부여의 정림사지와 나성, 익산 미륵사지와 왕궁리 등 모두 8곳을 묶은 백제역사유적지구는 1천400년 전 동아시아 문명교류의 역사를 간직한 세계적 유산이다. 엄청난 예산을 들여 억지스럽게 외형을 포장하고 변형시키는 일보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 보전하는 것이 더 많은 사람들이 오래도록 찾을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문화재청과 충남·전북 자치단체는 유네스코 권고사항을 충실히 이행함과 더불어 유적지구의 체계적인 보전관리와 활용을 위한 계획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수립·시행해야 한다.

백제의 역사 문화를 충남과 전북이라는 한정된 공간과 현재라는 시간 속에 묶어 두기 보다는 천년, 이천년 후를 기약하는 인류사적인 관점에서 보전 및 활용방안을 세워야 한다. 그것이 우리 문화유산을 지켜 진정한 세계 문화강국이 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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