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메르스 환자를 돌보는 의사와 감염이나 감염의심으로 격리된 사람과 그 가족에 대한 사회의 경계와 냉대, 왕따가 도를 넘어선 사례들이 많다. 예로 경기 지역 한 병원의 간호사 남편들이 당분간 직장에 나오지 말 것을 요구받았고, 부산 지역에서는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병원 의료진 자녀들이 초등학교, 유치원 등으로부터 등교하지 말아 달라는 통지문을 받았다고 한다. 감염 우려가 없다는 의학적 설명을 해도 막무가내라는 의사의 하소연이 소개되기도 하였다. 더욱이 사망자가 나온 동네는 모든 것이 초토화되어 지역 농산물까지도 판매에 어려움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메르스 관련 당사자나 가족은 지역주민이나 조직의 차가운 시선에 죄인처럼 집안에 갇혀있거나, 격리 사실을 숨기면서 생활한다. 조그마한 관련만 있어도 잠재적 보균자로 낙인찍히고, 신상털기로 공동체에서 배제당하고 있다. 이에 감염 병원에 문병 간 사실을 숨기고, 접촉을 부인하는 등 자신의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으니 메르스 예방이나 관리를 더욱 어렵게 한다. 

긍정적인 보건 안전문화의 핵심으로 보고문화를 강조한다. 실수나 아차사고가 발생하면 보고를 하고, 사고를 분석하여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고와 관련된 사람을 무조건 비난하거나 책임이 없더라도 희생양으로 삼아서 사고를 무마하려는 비난 문화에서는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보고하기보다는 숨기기에 바쁘다. 이처럼 보고문화가 형성되지 못하고 학습하지 않으니 우리 사회에는 같은 사고가 반복해서 일어나고 있다.

바람직한 보건 안전문화는 이러한 비난 문화에서 공정 문화(Just Culture)로 전환할 것을 주장한다. 공정문화는 신뢰와 정의를 기초로 하는 문화로 사회나 조직 구성원이 보건과 안전 관련 정보를 자발적으로 제공하고, 때로 보상을 주는 문화이다. 공정문화의 조직에서는 모든 잘못이나 불안전한 행동이 그 원인이나 상황과 관계없이는 징계 받지 않는다. 처벌은 규정을 준수하지 않거나, 고의로 불안정한 행동을 할 경우에만 받는다.

지금 우리 사회나 기업은 사건이나 사고가 발생하면 숨기기에 바쁘다. 사건이나 사고를 숨기는 이유는 사건이나 사고가 발생하면 다양한 형태의 처벌이나 제재를 받기 때문이다.

산재가 발생하면 보고하여 산재보험으로 처리하기보다는 비공식적 합의로 모든 것을 없던 것으로 하고자 한다. 정부나 공무원도 똑같다. 모두가 다 아는 메르스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숨기고 감추고 왜곡하여 발표하니 오해와 유언비어를 만들었고, 불신의 문화를 만들어 메르스 왕따를 만드는 데 조력하였다.

국가·사회·시장이 보건과 안전 관련 문화를 비난과 처벌 중심의 부정적 문화로 조장하니 메르스를 예방하지 못하였고, 관리하지 못하게 하고, 전염병과 사고 공화국의 오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실패가 성공의 어머니가 되기 위해서는 비난 문화가 아닌 공정 문화를 형성하여 정직한 보고와 당국의 신뢰성 있는 대응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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