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안전벨트’, ‘안전등’, ‘안전모’, ‘안전장치’, ‘안전제일’, ‘안전용품’, ‘안전관리’, ‘안전 불감증’, ‘교통안전’, ‘학교안전’, ‘공공안전’, ‘국민안전’, ‘국민안전처’. 우리 사회에 안전이란 말이 사용되지 않는 부분이 없다.

안전한 삶을 위해서 인류는 기술로 안전을 도모하고자 하였지만 안전을 보장하지는 못하고 있다. 이에 1980년대 이후에는 기술뿐만 아니라 시스템이 문제라는 생각에 따라서 산업분야에서는 안전관리 시스템 구축, 의료분야에서도 응급 시스템 구축 등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사고와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사건은 지속되고 있다. 종종 안전을 위협하는 대형 사고와 관련하여 다른 방법으로 설명할 수 없는 안전실패를 설명하기 위해 안전문화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 안전 문화가 체계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1986년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 이후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는 안전문화의 부재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그러면서 안전문화를 ‘안전문제를 그의 중요성에 의해서 정당한 관심을 받도록 최우선순위로 하는 조직과 개인의 특성과 태도의 집합체’로 정의하고 있다.

즉 안전문화란 안전에 관하여 사람들이 공유하고 있는 태도나 신념, 인식, 가치관으로 안전을 최우선시하는 행태를 의미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는 안전문화보다는 이윤 추구와 빨리 빨리의 논리가 아직도 팽배해 있다.   

지난 한달 동안 전국을 마비시키고 있는 메르스 문제는 우리의 안전 불감증도 하나의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문병 문화, 응급실 문화, 병원 순회 문화가 메르스 확산을 가속시켰다고 한다. 이 잘못된 문화는 의료 시스템을 수출하는 우리 사회를 무력화하였고, 의료관광을 전략 산업화하고자 하는 우리 병원을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의 산실로 만들어 버렸다.

의료 선진국에서 의료 분야에서 안전문화를 중시하게 된 것도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의료과오에 의한 사망자가 교통사고 사망자보다 많은 상황에서 의료분야에서도 안전문화 개념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즉 병원이 단순하게 병을 치료하는 곳이 아니라 국민의 안전을 보호하는 곳이라는 인식과 함께 안전을 모든 것에 우선시하는 문화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종종 의료사고를 의사 개인의 문제로 인식하다 보니 병원이나 의사, 환자, 보호자의 태도나 가치관과는 무관한 것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의료안전이 의사 개인 차원에서만 다루어질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명확하게 되었다. 정부는 40% 이상 되는 치사율을 보이는 전염병에 대한 대응책이 없었고, 전염병을 심한 감기처럼 대응하면서 관련 정보 공개를 억제하고, 병원과 개인은 자신의 정보를 숨기면서 전염병을 확대 재생산하였다.

이번 메르스를 계기로 병원 및 전염병에 대한 새로운 안전문화가 형성될 필요가 있다. 소는 잃었더라도 외양간은 고쳐야 한다. 이것도 정책 당국이 해야 할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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