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 행정학과 교수

통합 청주시 새 CI(Corporate Identity) 제정과 관련된 논쟁이 지속되고 있다. 시의회 제1당인 새누리당은 새 CI 사용에 절차적 문제가 없다고 한다. 한편 새정치연합 시의원들은 시민여론 조사 결과 새 CI에 대해 93.3%가 반대 의견을 표출했다면서 처음부터 제작을 다시 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몇몇 전문가 집단은 청주시의 CI 작업이 합리적으로 선택되지 않았음을 지적하고, 이승훈 부시장은 ‘사용 보류’를, 그러면서 내부적으로는 홈페이지, 전자문서 등에 새 CI를 사용하고 있다. 무엇하나 정리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2000년대 이후 우리 사회에서는 기업뿐만 아니라 공공기관도 심벌마크, 로고를 바꾸어서 조직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CI 변화는 조직이 새로운 환경 변화 속에서 생존하고 발전하기 위한 전략으로 조직의 이미지 및 주체성을 새롭게 하기 위한 활동이다.

1980년대 이전까지 CI 활동은 시각 정체성을 확립하는 VI(Visual Identity)로서 조직의 좋은 이미지가 고객에게 기억되도록 심벌마크, 로고, 전용 서체, 색상 등을 선정해 널리 알리는 활동에 초점을 두었다. 이후 1990년대 CI 활동은 VI에 조직 구성원의 행동 정체성을 의미하는 BI(Behavior Identity)를 추가하고 있다. BI는 조직의 철학이나 이념을 구성원의 행동양식으로 차별화해 조직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활동이다.

2000년대 이후 CI 활동은 구성원의 마음가짐 또는 정체성을 의미하는 MI(Mind Identity) 활동을 추가하여 전개하고 있다. MI는 조직의 철학 및 기본 이념, 사명을 정립 또는 재구축해 조직의 존재 이유, 운영자세, 행동 규범 등을 새롭게 정립하는 것을 의미한다. 자치단체와 같은 조직의 진정한 CI 활동은 시각 정체성, 행태 정체성, 마음 정체성이 전략적으로 함께해 시너지를 창출할때 진정한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

그러나 청주시 CI 작업 과정을 보면 통합 청주시의 이념, 추구하고자 하는 비전과 같은 마음가짐의 정체성이 없고, 함께하겠다는 행동 정체성도 없다. 마음 정체성과 행동 정체성이 없이 80년대식으로 시각적 변화만 추구하다 보니 지금과 같은 난항을 겪게 됐다.

CI는 통합 청주시의 새로운 가치 창조 활동이 되어야 한다. 지금과 같이 자기주장만 옳다고 한다면 CI를 새롭게 하는 의미도, CI가 진정 추구해야 할 가치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이 세상에 모든 이해관계자나 구성원이 100% 만족하는 시각적 디자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에 CI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마음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함께하는 행동 정체성을 형성하는 것이다.

CI는 청주 시민을 하나로 묶어주는 기능 이외에 청주의 대외적 이미지를 형성해 청주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을 가진다. 그러나 지금의 청주시 CI 제정 과정을 보면 진정한 CI 이념이 없다. 지금과 같은 CI 작업으로는 청주시를 재구축하기 위한 CI 활동은 갈등과 분열의 상징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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