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디제라티 연구소장

세계 100대 농작물 71%가 꿀벌 등 곤충의 수분활동에 의해 곡식을 생산하는데, 이를 노동가치로 계산하면 무려 1년에 330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그러나 이상기후와 농약사용의 증가로 인해 점차 꿀벌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어 농가에서는 꽃가루받이를 사람이나 기계가 하지만 자연에 의한 것보다 활착률이 저조하다. 

꿀벌은 농작물의 생산에도 절대적으로 필요한 매개체이지만 인류의 지식문명을 낳은 인쇄문화에 있어서도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금속활자 인쇄의 재료였다. 꿀벌의 꿀을 저장하는 벌집의 주성분인 밀랍은 금속활자를 만드는 데 아주 소중하게 사용했다. 

밀랍(蜜蠟)은 꿀벌의 복부에 있는 납선(蠟腺)에서 분비된다. 밀랍은 벌집에서 가열압착법과 용제추출법 등에 의해 채취하는 동물성 고체랍(蠟)으로 화학적 주성분은 멜리실알코올의 팔미트산·에스터·세로트산이고, 이 밖에 여러 가지 지방산·알코올 및 고급탄화수소 등이 함유되어 있다.

꿀벌의 배에는 7마디의 환절(換節:몸의 앞 뒤를 따라 반복적으로 분절되어 있는 고리 모양의 마디)이 있으며 전후좌우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고 배 부분 제7마디 등 쪽에 있는 향선(香腺), 벌침, 및 3, 4, 5, 6 환절에서는 밀랍이 분비(分泌)되는 납선이 있다. 일벌의 배에는 7마디의 환절이 있는데 이 6-7환절 사이의 향선에서 냄새를 분비하여 동료들 간에 의사전달을 하고, 또 적(賊, 敵)의 침입을 알린다. 납선은 출방(出房:벌방에서 나옴) 후 12~18일 된 일벌이 가장 발달돼 있으며 납선에서 분비되는 액체 상태의 밀랍은 납경(蠟鏡)을 통해 분비되어 밀랍주머니에서 굳어져 밀랍쪽(작은 고기 비늘 모양)으로 되어 나온다. 일벌이 늙을수록 납선이 가늘어지며 분비 능력이 떨어진다. 

밀랍은 꿀을 짜낸 남은 찌꺼기를 끓어서 녹인 다음 여과기로 걸러 불순물을 없앤 다음 가공하여 만드는 유지(油脂)로 벌집 750kg에서 겨우 2.4kg 정도 추출된다. 밀랍은 약간의 접착성이 있는 비결정성 물질로 녹는점은 62~63도, 비중 0.961~0.973, 굴절률 1.456~1.459. 비누화값 86~93, 아이오단값은 8~14이다.

밀랍의 사용은 예전에는 활자나 동종을 주조할 때의 거푸집용 재료와 붓을 접착할 대 접착제로 사용하였으나 오늘날은 화장품, 전기절연제, 마룻바닥의 도료, 크리스마스 때 사용되는 양초, 색연필, 방수제 등의 원료로 쓰인다.    

밀랍은 금속활자를 주조할때 뿐만 아니라 고서의 해충과 습기로부터 원본을 보호하기 위해 한지에 밀랍을 도포하여 밀랍본을 만들었다. 그러나 ‘조선왕조실록’과 같은 경우 열화현상 의해 경화됨에 따라 변색 또는 갈라짐, 꺾임 등의 다양한 손상상태가 발생해 곰팡이 피해가 발생해 종이의 노화를 촉진시켜 탈랍처리를 하는 실정이다. 밀랍의 열화 원인은 열, 광, 압력 등의 물리적인 열화와 산, 알칼리 및 대기조건에 따른 화학적 열화, 그리고 곰팡이나 곤충 등에 의한 생물학적 열화 등이다.

우리의 조상들은 참으로 지혜로웠다. 꿀벌의 자연활동적인 수분으로 작물을 수확하고 또한 꿀과 불필요하게 보였던 벌집에서 밀랍을 얻어 약용 뿐만 아니라 과학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창조정신을 발휘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세계적으로 꿀벌 개체수가 현저하게 줄어 ‘집단벌집붕괴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심각한 사태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같은 상황에는 첨단 산업의 하나인 전자파도 원인라고 하니 정보혁명을 이끈 밀랍문화가 새로운 문명에 의해 파괴되지 않도록 자연과 기술문명이 상생하였으면 한다. 그리하여 인류의 먹거리 생산에 있어 반드시 필요한 꿀벌의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 도심양봉은 물론 밀원식물의 다양한 개발 등으로 꿀벌이 지구상에서 멸종되는 최악의 상황에 대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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