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양군 대강면 신구리의 해발 600m 산비탈에 걸려있는 천수답은 모내기철이 다 지나도록 먼지만 날렸다.

이곳에서 논 6천500여평을 경작해온 김선유(59)씨는 지난 6일부터 7일까지 수중모터 3대와 송수호스 500m를 짊어지고 달려온 대강면 직원 3명과 아랫마을 주민 10여명의 도움으로 모내기를 끝낸 뒤 눈시울을 적시고 말았다.

김씨는 바짝 말라붙은 논두렁에서 하루종일 물을 퍼올린 공무원들의 손을 놓지 못하고 “하늘이 무심해도 이웃이 있어 모라도 심을 수 있었다”며 감격했다.

단양 팔경중 하나인 사인암에서 소백산관광목장으로 향하는 국도변의 이 마을은 비가 오지 않을 경우 꼼짝없이 정성을 쏟은 모 한가닥 한가닥이 말라가는 것을 볼 수 밖에 없는 지역.

논과 밭보다 농민의 입술부터 타들어간다.

이 지역 농민들은 “앞으로 일주일 이내에 큰 비가 내리지 않으면 올해 농사는 접는 수 밖에 없다”면서도 “각계에서 양수기와 일손을 지원해줘 아직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고 농심을 전했다.

지난주 어렵사리 모내기를 마친 740여평의 논에 물 한방울 대지못해 발을 구르던 충주시 소태면 오량리 홍사원(58)씨도 6일부터 충주레미콘협동조합의 용수공급을 받고 한숨을 내쉬었다.

충주레미콘협동조합측은 레미콘차량과 양수기 등을 동원, 하루 90여t의 물을 대주고 있다.

소태면 지역도 봄철로 들어선 뒤 지금까지 한방울의 비가 내리지 않아 산과 들에 물기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홍씨는 “벼농사 뿐만 아니라 담배도 제대로 자라지 못해 예년의 경우 키가 1m 이상 돼야 하지만 지금은 절반인 50cm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절기에 맞춰 꽃대가 올라오지 않아 올 담배농사는 포기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생거진천이란 명성에 걸맞게 최악의 가뭄속에서도 타 지역보다 물공급이 원활한 진천군도 지역에 따라 목마른 대지에 먼지가 날리고 있다.

문백면 평상리에서 담배와 고추밭은 경작하고 있는 김수강(45)씨는 별다른 대책없이 말라가는 작물을 바라만보다 진천소방서의 소방차와 양수기 지원, 진천군의 관정굴착 등으로 활력을 찾았다.

김씨는 소방차로 퍼나른 물을 받아 병해충 방제기로 담배밭과 고추밭의 갈증을 달래고 있다.

소방서의 지원을 받고 있는 평산리 주민들은 “이제 하늘만 쳐다보며 원망하지 않고 열심히 농사를 짓겠다”며 30도를 훌쩍 넘어선 더위속에 밭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이와 함께 충북도내에서는 청원 강외면의 대한제지 등 물 사용량이 많은 제조업체에서 공업용수를 농가에 지원하는가 하면 국방부와의 협조로 군병력을 본격 투입키로 하는 등 도민 역량을 모아 가뭄극복에 나서고 있다.

충북도 가뭄대책상황실에 따르면 4월부터 6일 현재까지 도내 평균 강수량은 27㎜로 평년 142.3㎜의 20% 수준에 머물고 있다.

도내 가뭄피해 면적도 점차 증가해 밭작물 1천514ha가 시들어가고 있으며 20ha는 이미 고사위기를 맏고 있다.

논의 경우도 831ha가 갈수를 겪고 있는데다 3ha는 논바닥 갈라짐 현상을
보이고 있다.

충북도 가뭄대책상황실 이정영과장(58·농산지원과) 은 “천재를 완전히 이겨낼 수는 없지만 개개인의 힘과 기관·단체의 힘을 모아 함께 대처한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도민 전체의 적극적인 지원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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