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 행정학과 교수

심리학의 중요한 주제의 하나로 자기기만(Self Deception)이 있다. 자기기만은 스스로를 속인다는 뜻으로, 자신의 신조나 양심에 벗어나는 일을 무의식중에 행하거나 의식하면서도 행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 대표적인 것으로 도박이나 알코올 중독자들 대부분이 자신이 중독자라는 것을 부정하는 모습에서 볼 수 있다. 이들은 단지 술 몇 잔을 마시고, 오락으로 고스톱을 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자기기만 행위는 관행화된 사회규범에 의해서 죄의식 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예로, 논문 표절행위, 정치인의 불법정치자금 수수, 의사의 리베이트를 받는 것이 하나의 관행이 되면서 죄의식도 없이 무의식적으로 표절하고, 불법정치자금을 받고, 리베이트로 휴가를 즐긴다. 심리학자들에 의하면 지식인들이 일반인보다 더 자기기만에 빠지기 쉽고 자기 행위를 정당화하고자 한다고 한다. 이에 화이트칼라 부패에 많은 부분이 자기기만의 속성을 가진다고 한다.

이러한 자기기만은 외적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심리적 반응에서 나오는 방어적 행동이기도 하다. 정치인이나 공인이 검찰에 조사를 받기 전에 공통으로 하는 말인 “금시초문이다”, “전혀 모르는 일이다”, “만난 적도 없다”, “일고의 가치도 없는 이야기이다”, “사실무근이다”, “기자가 쓴 소설이다”라는 말은 대부분 자기기만의 언어적 표현이 되고 있다.

대부분 정치인이나 공인은 자신의 자기기만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지더라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그러면서 판사가 판단할 것이라고 하고, 법원에서 결론이 나면 역사가 판단할 것이라고 한다. 공통으로 자기기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정치인이나 공인들의 행태이다. 오늘날 이 자기기만 행태는 학습에 의해서 정치인과 공인의 중요한 생존전략이 되고 있다.

이러한 자기기만은 정치인에게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회의 여러 곳에서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다. 인도의 간디는 나라를 망하게 하는 일곱 가지 사회악으로 노동 없는 부, 양심 없는 쾌락, 인격 없는 교육, 원칙 없는 정치, 도덕 없는 상업, 인간 없는 과학, 희생 없는 종교를 지적하고 있다. 이는 각 분야에서 볼 수 있는 자기기만 행위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법을 만드는 의원이 법을 지키지 않고, 사랑과 희생을 요구하는 종교가 부와 권력을 위해 싸우고, 논문 표절에서 자유롭지 않은 총장이 대학을 운영하고, 타락으로 쾌락을 즐기고, 기업이 갑질로 근로자를 착취하는 것은 자기기만 행동이다.

건전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자기기만이 없어야 한다. 자기기만이 없어지기 위해서는 자기기만도 중요한 범죄이며 사회악이 돼 비난과 처벌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자기기만에서 벗어난 사회는 자기의 행위에 대해 옳고 그름과 선과 악의 판단을 내리는 도덕적 의식인 양심(良心)이 지배하는 사회이다. 자기기만에 의해서 겉과 속이 다른 양심(兩心)이 아니라 양심(良心)이 지배하는 사회가 될 때 우리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사회를 가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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