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 간부들이 거액의 정부지원 연구비를 횡령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정부에서 지원하는 각종 연구비의 부실 검증 논란이 심각하다. 특히 물의를 빚고 있는 상당수 연구지원 사업의 경우 1~2단계 하도급 형태를 거친 뒤 특정 대학병원들과 나눠 먹기식으로 사업이 배분돼 ‘예산 따먹기’라는 지적과 함께 부실 연구의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예산 부분을 살펴보면 질병관리본부가 연구를 총괄하는 책임기관인 서울대에 매년 약 20억원 규모를 지원하면 다시 해당 병원에는 해마다 8천만~9천만원 정도가 지급되는 형태다. 하도급 형태와 함께 전형적인 ‘나눠먹기식’ 사업 배분인 셈이다.

이 같은 연구비 횡령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부의 근절 의지가 약한 탓에 기업과 대학, 연구소 등이 정부지원 연구비를 ‘눈먼 돈’ 취급하며 유용·횡령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더욱이 정부는 부정사용으로 적발된 연구비의 35.1%를 돌려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78건에 190억원 규모다. 국민의 혈세가 샌 것이다. 이러한 위법 사례는 전국 국립대학도 예외는 아니다. 국가연구개발(R&D)사업의 연구비를 다양한 수법으로 빼돌린 국립대학교 교수들이 감사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감사원은 지난해 9~10월 서울대학교 등 12개 국립대학을 대상으로 국가 R&D 참여연구원 관리 실태를 점검한 결과 파면 4명, 해임 2명 등 17건의 징계·문책요구를 포함해 총 32건의 감사결과를 시행했다.

충청지역에서는 KAIST와 충남대 등 국립대 교수들이 참여연구원을 허위 등록해 연구비를 개인적 용도로 편취한 혐의로 감사원으로부터 파면과 해임 요구를 받았다. 이처럼 정부 지원 연구비 횡령 사건이 끊이지 않는 데에는 감사가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애초 관리·감독 체계가 부실한데다 처벌도 솜방망이 수준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 도종환 의원이 국고 보조금 비리를 뿌리 뽑기 위해 보조사업과 관련한 회계업무 감독기능을 강화하는 내용의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27일 대표 발의했다. 연간 3억원 이상의 보조금을 교부받은 보조사업자는 외부 감사인의 검증을 받은 후 정산보고서를 제출하고, 매년 감사인이 작성한 회계보고서를 제출하도록 규정한 것이 이 법안의 뼈대다. 이 안이 통과돼 국고보조금이 더 이상 눈먼 돈이 안 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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