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대학 1학년을 상대로 상담할 때면 최소한 1학년 마치고는 군대 갈 것을 권한다. 이에 2학년이 되어서도 학교에 다니면 종종 언제 입대하는가 하고 묻곤 한다. 며칠 전 한 학생에게 이런 질문을 하니 걱정이란다. 신체검사에서 현역병으로 판정되어 다음 학기에는 입대해야 하는데 군대에 가기 싫다는 것이다. 그 이유를 물어보니 군대는 비인간적이고, 사건 사고가 잦고, 훈련이나 작전이 힘들 것이기 때문이란다.

군대 가는 것을 좋아하는 학생은 없다. 이에 대학 1학년의 가장 큰 고민거리 가운데 하나가 병역의무를 어떻게 마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대부분 남학생의 경우 군대 가는 것을 의무로 생각하여 현실을 걱정과 함께 받아드린다. 개중에는 이왕 갈 것이면 제대로 가자고 하여 그 힘들다고 하는 해병대에 자원입대하고, 눈이 나쁘면 수술하고 입대하곤 한다. 그러나 군대 가기 싫다는 학생에게 헌법에 정한 의무이니 지켜야 한다는 도덕적 설득만으로 그 학생의 불안을 제거할 수는 없다. 더욱이 군대에서 크고 작은 사건이 보도될 때면 군대에 가서 “부모 형제 나를 믿고 단잠을 이룬다”는 군가를 목청 높여 부르는 것이 남자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군대에 가기 싫은 이유로 가족과 떨어져 생활하여야 하는 문제, 공동체 생활에 대한 부담, 군대의 엄격한 규율에 대한 불안, 학업 중단 등 다양한 이유를 든다. 군대 가기 싫은 이유가 강할수록 다양한 수단을 이용해서 병역을 피하거나, 소극적으로 입영을 연기하고 기회만 있으면 합법적 방법을 가장해 병역을 면제받고자 하는 유혹이 있다.

신성한 의무로 헌법에 규정하고 있는 국방의 의무가 종종 갑질의 대상이 되어 권력과 돈 있는 사람들을 유혹한다. 19대 국회 현역의원 300명의 병역 현황을 보면 여성 의원 48명을 제외한 252명 남성 의원 가운데 53명(21.0%)이 병역을 면제받았다. 자신뿐만 아니라 그 자녀가 병역을 면제받은 비율을 보면 일반인보다 높은 것에 대하여 일반 국민은 곱게 보지 않는다.

국무총리 내정자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병역문제가 도마 위에 올라있다. 황장관의 군 면제 사유인 ‘만성 담마진’으로 군 면제 판정을 받은 사람이 10년간(2002~2012) 징병 검사를 받은 365만 명 가운데 4명뿐으로, 확률적으로 91만분의 1이라고 한다. 박근혜 정부의 국무총리 내정자마다 병역문제로 시끄럽다. 초대 총리 후보인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은 두 아들의 병역 면제가, 정홍원 총리는 아들의 병역 면제, 이완구 전 총리의 자신과 아들의 병역 면제에 대한 구차한 변명에 이르기까지 병역문제로 자유스러운 사람이 없었다. 어찌 힘 있고 가진 사람과 그 아들들마다 질병이 있고, 질병으로 군 면제를 받고, 그러한 사람만을 총리 후보로 내세우는지 지명자가 야속하기까지 하다.

다른 기준보다도 헌법이 정한 국민의 의무인 납세와 병역 의무를 소홀히 한 사람은 국가의 중요한 자리에 있어선 안 된다. 이 두 가지만은 인사청문회에서 명확하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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