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호 중국 무역 프리랜서

중국에서 살때를 생각하면 아찔한 순간들이 있다. 어떻게 그런 일 들이 가능했을까? 그런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열심히 살아온 흔적이자 소중한 추억이다.

한국의 유명한 보일러 회사인 경x보일러에서 판촉물로 손가방 주문이 들어왔다. 하얀색 바탕에 그 회사 전형적인 컬러인 남색으로 로고를 찍은 손가방 이였다. 먼저 공장을 컨텍하고 재질과 포장 납기까지 맞추고 로고의 남색은 색깔을 직원이 가서 직접 컨펌을 해서 색깔을 지정해 주었다.

마침내 제품이 나오고 제품을 보기 위해 공장에 갔다가 박스를 열어보는 순간 깜짝 놀랐다. 로고로 나온 색깔이 남색이 아니고 파란색 이었다. 그래서 색깔 컴펌을 했는데 왜 이렇게 나왔냐고 사장한테 다그치자 사장의 변명이 참 웃긴다. 잉크가 너무 뻑뻑해서 물을 좀 더 부어서 그렇단다.

중국 사람들은 변명을 습관적으로 한다. 예를 들어 학교에 지각을 했다고 하면 한국에선 그냥 쿨하게 죄송합니다. 인정을 하는 것이 쓸데없는 변명을 하는거 보다 좋은 경우가 많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오히려 아무런 변명 없이 죄송합니다. 라고만 이야기 하면 잘못을 대처하는 방식이 성의가 없다고 느낀다. 그래서 한국 사람들이 느끼기에는 중국 사람들은 쿨하지 못해 아님 중국 사람들은 변명이 많다. 라고 생각하지만 한국인과 중국인간의 생각하는 방식이 다른 것뿐이다. 본론은색깔이 잘못 나왔으니 제품을 다시 생산해야 하는 수 밖에 없었다.

문제가 발생하면 필자는 왜 보다는 어떻게 에 집중하는 편이다. 물론 원인은 찾아서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하지만 지금 중요한건 어떻게 손실을 최소화하고 원만하게 문제를 해결할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일단 문제가 발생했으니 한국의 바이어를 설득시켜야 했다. 한국에 전화를 걸었다. 일단 죄송하고 최대한 납기를 맞추어 보겠다고 했다.

그런데 문제가 한가지 더 생겼다. 중국의 명절 춘절(우리나라의 설)연휴전이라 노동자의 절반정도가 이미 빠져 나간 상태였다. 중국의 춘절 법정 휴일은 7일이지만 관행적으로 15일, 길게는 1달까지 쉬기 때문에 춘절 전후에 납기를 맞추지 못한 한국 업체가 당혹스러워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도 남은 인원으로 열심히 만들어서 대부분의 물건들은 기간 내에 선적이 가능했다.

그런데 300장 한 상자 약 35kg이 문제였다. 그런데 문제는 비행기에 가지고 들어 갈수 있는 한계 무게가 있기 때문에 걱정이었다. 필자의 짐까지 포함하면 짐의 무게는 약 48kg 일단 짐을 부칠수 있는 최대 25kg정도를 부쳤지만 문제는 남아있는 23kg의 짐이였다. 긴장이 됐지만 최대한 자연스럽게 출국 게이트로 나가는데 검색원이 불러서 무게를 잰다. 당연히 검색원이 안 된다고 하고 kg당 무게에 대한 오버차지를 내야 한다고 한다.

그 비용이 만만치 않아서 한국 사람들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 하고 부탁을 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도와주지 않았다. 거절한 분들은 아마도 남의 짐을 들어주면 안 된다고 나쁜 의도로 마약이 든 가방을 대신 들어주었다가 낭패를 본다는 뉴스를 접했을 것이다. 그러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이번에는 필자의 주민등록증을 맡기겠다. 만약에 문제가 생기면 신고하면 되지 않겠냐고 절절하게 이야기를 했다. 마음이 간절하면 뜻이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두분이 흔쾌히 승낙을 해주셨다.

“한국 사람끼리 서로 도와야죠”라는 그분들의 말에 눈물이 핑 돌았고 연신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그렇게 해서 다행이 상해 공항을 무사히 빠져 나올수 있었다. 지금도 그때 48kg을 낑낑대면 상해 공항을 들어섰던 것을 생각하면 웃음이 나며 열심히 살아온 필자의 삶도 오늘은 토닥여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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