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우리나라의 글쓰기 교육은 자료를 찾지 않는다는 면에서 매우 취약하다. 자료에 의존해 글을 쓰는 법을 잘 가르치지도 않거니와 더 나아가서 이런 글쓰기를 부도덕한 행위로까지 본다. 관련 자료를 이용해 글을 쓰는 것과 베껴 쓰기는 엄연히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사실 자료를 읽고 인용하는 것 자체가 글쓰기에 필요한 능력을 습득하는 매우 훌륭한 과정이다. 일반적으로 글쓰기라고 하면 대입 논술 시험과 같이 오직 자신의 경험과 지식에 의존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 글쓰기의 현장에서는 지식과 경험 외에도 상당 부분 자료에 의존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른바 글쓰기의 대가라고 불리는 신문사의 논설위원이나 칼럼니스트들도 대부분 필요한 자료를 토대로 글을 쓴다. 심지어 창작하는 작가들도 구체적인 자료를 필요로 한다.

글쓰기는 직접 쓰지 않고는 결코 실력이 늘지 않는다. 철저하게 몸으로 익혀야하는 것이 글쓰기 능력 배양의 철학이다. 아무리 좋은 이론을 많이 알고 있다 하더라도 그 자체만으로 글이 되지 않는다. 손으로 직접 쓰지 않으면 늘지 않는 것이 글쓰기이다. 쓴다는 것은 반드시 일정한 노동력을 요구한다. 따라서 글쓰기 과정에 임할때에는 무조건 써야 한다. 이러한 태도는 수정과정을 염두에 두지 않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자료에 접근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내가 쓰고자 하는 내용과 비숫한 종류의 글을 찾는 일이다. 주제와 관련된 검색어를 이용해 가능하다면 여러 개의 사례를 확보하는 것이 좋다. 이는 대학의 리포트를 비롯해서 논문, 실험보고서 등 학술 활동에 필요한 글쓰기는 물론, 자기소개서나 회사 내 기안서, 품의서, 보도자료, 고객 감사편지, 제품 매뉴얼 등 실용적인 글쓰기에 까지 두루 해당된다. 다양한 샘플을 구해 놓으면 실제로 글을 쓸 때 매우 유리하다. 무엇보다 글의 형식에 대한 개략적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에 글쓰기를 쉽게 시작할 수 있다.

모든 학습은 흉내 내기, 즉 모방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잊지 말자. 심지어 글쓰기의 정수이자 으뜸이라 할 수 있는 시 창작도 맨 처음에는 모방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

샘플을 확보했으면 분석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 이때는 여러가지 사례를 놓고 비교 분석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무엇이 잘됐고 못됐는지를 판단하면서 모방해야 할 것, 피해야 할 것, 추가해야 할 것 등을 간단히 메모하고 다음 작업에 임한다.

샘플 분석이 끝나면 글의 방향이 대충이라도 잡힐 것이다. 이것은 구체적인 내용이 아니라 “이렇게 쓰면 되겠구나” 하는 글 전체의 형식에 대한 느낌이다. 글을 어떻게 시작하고 끝맺는지, 또 본론을 어떤 내용으로 채우고 있는지 등이 이에 해당한다.

그런 느낌이 든다면 자신이 쓰고자 하는 글의 매우 기초적인 개요를 짜 본다. 이때도 역시 내용보다는 형식에 치중하는게 좋다. 대개의 경우 정해진 글의 형식은 얼추 비숫하기 때문에 형식만 빌려온다는 느낌으로 가볍게 시작하면 된다. 서론-본론-결론만 짜 놓아도 무방하다. 이와 같은 매우 기본적인 형식조차 갖추지 않고 시작하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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