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 행정학과 교수

정치는 규범적으로 공익을 달성하기 위한 활동으로 설명한다. 이런 시각에 의하면 정치는 그 초점을 정치하는 사람이 아닌 그 대상인 국민에 둘 것을 요구한다. 이에 선인들은 민심을 따르면 정치가 잘되고 민심을 거스르면 정치는 실패한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에서 정치는 권력 투쟁으로 설명된다.

이완구 국무총리는 지난 20일 부정부패 척결 관계기관회의를 열고 공공과 민생, 경제·금융 등 3대 분야에 대한 강도 높은 사정을 하겠다고 선포했다.

그러나 지금의 사정행위가 민심을 따라서 하고 있는 것인지는 조금은 의아하다. 현 정부 초기 4대강 사업, 자원외교에 대한 조사 요구나 세월호로 제기된 관피아 비리에 대한 사정 요구는 국민의 분노만 사고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았다. 이처럼 민심에 대응하지 않다가 방산비리, 해외 자원개발, 대기업 비자금 조성, 공직자 일탈 행위 등 전방위적 사정을 하겠다고 선포를 한 것이다.

사정(司正)이란 잘못된 일을 다스려 바로잡는다는 것이다. 즉 사정행위는 정의로운 행위이다. 그러나 이 사정 행위가 권력행위로 그리고 사정이 아닌 권력자의 사정(私情)으로 표현된다면 민심을 반영하지 못한 행위이다. 사정이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올바르게 조사하고 심사해 결정하는 사정(査定)에 의해 모든 잘못된 것이 대상이 돼야 한다. 그러나 사정(司正)이 사정(私情)에 의해서 이루어지게 되면 사정(査定)이 아닌 표적 수사로 표현되는 사정(射程) 활동이 되게 된다.

지금까지 역대 정권의 사정(司正) 행위가 사정(私情)이 되고, 사정(査定)이 아닌 사정(射程)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잘못된 것이 관행이 되고, 권력형 비리가 근절되지 않고, 정권마다 비슷한 사정행위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성역 없는 수사와 사정, 법과 원칙에 따른 부정부패 척결을 주장하면서 사정(私情)으로 성역이 있고 원칙과 정당성이 없으면 권력형 비리는 없어지지 않고 부패는 수면 아래서 요동하게 된다.

잘못된 것을 바꾸는 사정 행위가 국민과 민심에 의하지 않고 정권을 가진 사람들의 권력을 유지하고 권력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된다면 사정은 부패한 자들의 행위를 정당화하고, 부패와 비리를 재생산하게 된다.

국민들은 사정 정국보다는 사정 없이도 잘못된 것을 고치고, 불법적인 것이 사법부에 의해서 정당하게 심판을 받는 사회를 원한다. 우리 사회가 성숙하기 위해서는 사정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옳고 그름이 정치와 권력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사정 타령으로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가 될 수 없다. 범죄 특별 단속기간, 음주 단속 특별기간을 둔다고 범죄가 줄어들고 음주 운전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사정은 국민이 원하고 국민을 위한 그리고 민주주의에 근간이 되는 법치국가의 논리에 의해서 일상적 활동이 돼야 한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