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은 단지 인간의 어리석음을 비웃는 말이라 치부했었다.

하지만 요즘 들어 ‘잘못을 뉘우치고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을 담은 슬기로운 명언이란 생각이 든다.

충북에선 2013년 4건의 유해화학물질 누출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주)지디의 불산 누출을 시작으로 SK이노베이션 디클로로메탄 누출, SK하이닉스 염소가스 누출, 대명광학 황화가스 누출 등 연달아 4건의 사고가 터졌었다.

당시 기업체들과 관공서들은 ‘사고 재발을 막겠다’며 외양간을 고칠 의지를 불태웠다.

그러나 지난 9일 청주 옥산에 위치한 스템코(주)에서 또다시 유해화학물질인 염소산나트륨 가스가 누출되는 사고가 터졌다. 오전 9시40분께 유해가스가 누출됐지만 스템코에서 신고를 하지 않아 관계당국이 이를 파악한 시점은 오후 12시가 넘어서였다. 그 사이 유해화학물질이 대기 중에 얼마나 누출됐으며 어디까지 확산됐는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이런 어이없는 상황이 발생한 이유는 지자체나 환경청 등 관계기관에서 사고 발생을 즉각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다.

2013년 SK하이닉스반도체 염소 누출 사고 당시에도 업체는 제대로 신고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처리하려 했고 관계기관은 한참 후에야 사고를 파악했다.

소를 잃는 뼈아픈 경험을 했지만 출입구를 고치진 않고 색칠만 새로 한 꼴이다. 유해화학물질은 인체에 치명적이며 대형 참사로 확대될 가능성도 높다. 그만큼 전문적이고 체계화된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 관계기관은 지금이라도 사고 발생을 즉각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 더 이상 소를 잃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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