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예술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시집을 내 화제다.

시집의 제목은 ‘너는 지금도 충분히 아름답다’(사진). 이 시집에는 1학년 학생 103명이 쓴 시 151편이 실렸다. 한 학생이 적게는 1편에서 많게는 3편까지 썼다. 학생들의 톡톡 튀는 감성이 담긴 글밭은 주제에 따라 3부로 구성됐다.

제1부 ‘마음의 숲’에서는 사춘기를 막 빠져나온 학생들의 눈에 비친 세상 풍경을, 제2부 ‘예원동산’에서는 학교 현장에서 벌어지는 학생들의 생활과 생각을 담았다. ‘예원동산’은 충북예고 캠퍼스를 부르는 이름이다.

제3부 ‘미운 정 고운 정’에서는 학교를 구성하는 사람들에 대한 애환을 표현한 작품들을 묶어 담아냈다. 이 합동시집을 엮은 사람은 국어교사이자 시인인 정진명씨다. 정씨는 올해 충북예술고로 전근와 학생들에게 국어를 가르쳤는데, 수업시간과 수행평가 숙제로 짬짬이 낸 시들을 모아 시집으로 엮은 것이다. 그의 이런 작업은 처음이 아니다. 2009년 회인중학교에서 학생들의 합동시집 ‘내 어깨로 날아든 파랑새’를 발표해 주목을 받은바 있다.

정씨는 학생들에게 숙제를 내도록 하기 위해 만든 다음 카페 ‘머털도사의 즐거운 교실(http://cafe.daum.net/dosany m/)’을 통해 개성 넘치는 학생들의 시를 하나 하나 모았다.

정씨는 “1년만 지나면 학생들의 공책에 쓰인 시들이 모두 버려지는 것이 안타까워 학생들의 글을 모아둘 방법을 생각하던 중에 인터넷 공간을 활동하게 됐다”며 “2008년부터 개인 인터넷 카페를 만들어 학생들이 숙제를 올리도록 한 것이 시집으로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책을 만드는 비용이 문제였다. 이런 사정을 안 고두미 출판사의 유정환 사장은 선뜻 종이 값만 받고 출판해주겠다고 나섰다. 자신이 숙제로 낸 시들이 어엿한 시집으로 나온 것을 본 학생들은 ‘신기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 교사는 “학생들의 눈은 그 자체가 시다. 눈에 보이는 대로, 생각나는 대로 꾸밈없이 쓰면 정말 아름다운 시가 나온다. 저도 평생 시인이라는 호칭을 달고 살았지만, 학생들이 쓴 시를 읽다보면 시인이라는 말이 부끄러워진다”며 “이 시집은 학생들이 무심코 쓴 시이지만, 한국 시의 미래를 열 좋은 시들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이런 기획이 많이 나와서 타성에 젖은 어른들의 시세계에 좋은 자극제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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