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산업계에도 많은 변화가 몰아닥쳤다. 불황의 여파로 실업률이 높아지면서 조기정년과 청년실업을 빗댄 신조어인 사오정(사십오세면 정년), 오륙도(오십육세까지 근무하면 도둑), 삼팔선(삼십팔세면 선방),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이란 용어가 유행하고 있고 불경기를 헤쳐나가기 위한 다양한 생존전략과 마케팅방식이 사회의 새로운 조류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한편에선 주5일제 시행으로 레저문화가 부활하고 불경기를 비웃듯 값비싼 명품이 잘 팔리는 소비양극화 현상도 나타났다. 한탕주의에 편승한 부동산광풍과 로또 열풍도 거셌다. 작년 한해 흐름의 변화를  짚어보면서 올해의 흐름을 읽어본다.

작년 한해 직장인들 사이에선 ‘몇 번 출근하느냐’는 질문이 화제가 됐다. 직업이 두개인 ‘투잡스(two jobs)족’을 뛰어넘어 3∼4개의 직업을 거뜬히 소화해내는‘멀티잡스(multi jobs)족’도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들이 여러 개 직업을 갖는 이유는 대체로 두 가지다. 남들보다 더 좋은 생활(well being)을 영위하기 위한 ‘귀족’형 투잡스족이 있는가 하면 먹고살기 위해 닥치는 대로 일하는‘생계’형 투잡스족도 있다. 직장 하나로는 한 가정을 먹여 살리기 힘들어진 세상이 ‘1가구 1직업·1업종(일명 다직종)’ 시대를 열고 있는 것이다.

모회사 과장인 김씨(41)는 요즘 생전 처음 타보는 오토바이 운전법을 익히느라 고생중이다. 최근 부인과 함께 문을 연 안주(야식)배달점의 배달을 위해서다. 가게 임대료 100만원을 내고 나면 한 달에 60만원정도가 떨어진다. 낮에는 샐러리맨, 밤엔 ‘사장 겸 배달원’으로 1인3역의 삶을 살고 있는 셈이다. 이씨는 ‘큰 돈벌이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뭔가를 하지 않으면 불안해서 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퇴근한 뒤 밤에 다른 일을 한다는 의미에서 ‘문워킹(Moon Working)’족으로도 불린다.

필자도 낮에는 소상공인들을 위해 상담에 여념이 없지만 밤에는 독서실사업에 시간을 보태고 있다. 즉, 내 자신이 어려운 소상공인들을 위해 컨설팅을 하기 위해서는 직접 사업을 운영해 보는 것이 실무경험에 도움이 되고 가족들이 함께 운영하는 사업으로서 가족 간의 신뢰형성에도 좋다는 판단에서 가족사업으로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다수 노동문제 전문가들은 최근 우리사회를 휩쓸고 있는 ‘투잡스’신드롬이 과대포장 되고 있다며 경고의 목소리를 높였다.‘투잡스족’ 증가 현상이 경기불황과 고용시장 불안을 반영하는 일시적 현상이라는 지적이다. 대부분 투잡스의 대상이 소득이 불안정한 임시직, 서비스 업종이어서 오히려 본업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으며, 투잡스의 보편화는 개인 삶을 파괴할 뿐 아니라 파트타임 잡을 과대하게 증가시켜 전체고용시장을 왜곡할 수 있는 부정적 요소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에 소개되는 투잡스족은 재능이 탁월하거나 특출한 극히 일부의 사람들일 뿐 일상적인 생활패턴을 가진 사람과는 거리가 멀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보편적인 투잡스족은 낮에는 회사에서 시달리고 밤엔 소규모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며 고생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경기침체 여파로 빈부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것도 투잡스의 확산을 부채질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물론 우리나라도 구제금융체제 이후로는 4인가족 기준으로 한 사람의 가장이 버는 수입으로 생활비가 충당되는 시절은 지났다. 하지만 맹목적인 투잡스족에 대한 추종은 오히려 본업을 망칠 수 있으며 여러 직업을 갖기보다 차라리 정년후 자신만의 일을 가질 수 있도록 경쟁력을 높이는데 주력하는 게 더 낫다.    

정상옥 중기청 소상공인 지원센터 상담사 jso562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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