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스에서부터 시작돼 광우병에 이어 조류독감으로 가면서 가금류로 인한 농가의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2004년도에 들어 회집은 대박이고, 쇠고기·닭고기·오리고기집은 바닥을 치고 있다.

이로 인해 경영난으로 고심하던 치킨집 주인이 자살하기까지 했다. 관련 업체와 가게들은 평소보다 훨씬 못 미쳐 20%도 안 되는 매출액으로 한숨을 짓고 있다. 이들은 죽어간 가금류를 보며 울고, 냉정하게 돌아선 국민들 마음에 두 번 무너지고 있다.

닭·오리에 감염된 조류독감은 닭의 경우 병원성에 따라 증상이 경미한 것에서부터 갑자기 폐사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닭이 감염되면 일반적으로 육수나 벼슬에서 청색증이 나타나고, 머리와 안면의 부종이 생기며 80% 이상이 급격히 폐사하게 되는 것이다.

치료 방법 없는 조류독감

오리의 경우 알을 생산하는 종오리는 급격한 산란율 저하, 경미한 폐사가 나타나고, 육용오리는 거의 증상을 나타내지 않는다. 조류독감은 오염된 먼지·물·분변·의복·신발·차량·기구·달걀 등에 묻어 전파되므로 방역에 어려움이 있다.

이에 당국에서는 발빠르게 움직여 발생 지역 3∼10㎞ 이내의 모든 가금류에 대해 폐사 조치, 양계농장에서는 농장 출입통제를 강화하고, 출입자·출입차량 및 계사 내부와 주변을 매일 소독하거나 사육자들을 다른 곳으로 이사시켜 전염되지 않도록 했다.

조류독감은 사전예방을 할 수가 없고 발병 시 치료방법이 없다는 것이 제일 큰 문제이다. 따라서 조류독감에 걸리지 않으려면 발생지역 방문을 자제하고 그 지역 양계 관계자와의 접촉을 피하는 것이 최선의 예방책이다.

이에 대해 당국에서 철저한 조치를 취해 가금류 생산물에 대해서도 이동통제를 실시해왔기 때문에 일반 국민이 오염원과 접촉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한다. 또한 닭·오리 농장에서는 도축검사를 실시해 건강한 개체만 도축돼 유통되기 때문에 먹어도 이상이 없다.

특히 닭·오리고기는 한국의 식생활 습관상 날로 먹지 않고 익혀 먹기 때문에 감염의 가능성도 거의 없다. 그밖에 계란의 경우, 전염성이 없어 날로 먹어도 전염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조류독감으로 한국인이 닭·오리고기를 먹지 않자 오히려 일본·태국과 같은 동남아 등지에서는 한국의 수입금지 조치로 인해 내수로 돌린 탓에 닭고기 매출량이 크게 늘었다. 인체에 거의 무해하다는 데도 유독 한국인들만 유난히 닭·오리고기를 기피하는 현상은 한국인의 정서나 당국에 대한 불신감을 주요한 원인으로 들 수가 있을 것이다.

농민 살리기에 앞장서야

과거 IMF를 겪었을 때 모든 국민은 허리띠를 졸라매며 위기를 타개하자고 외쳤고 그 바람에 슬기롭게 위기를 극복했다. 그러한 순간이 어렵사리 넘어서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치성 승용차·스포츠·외국 여행 등 흥청망청한 삶이 연속되었다.

월드컵 경기장에서는 ‘아∼ 대한민국’ 을 외치며 온 국민이 하나돼 월드컵 4강의 기적을 이뤄냈을 그때는 우리에겐 절망이 없고 희망만이 보였었다. 그 기억이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자칫 작은 잘못에도 ‘죽일 놈’ 이라고 하다가 다시 잘하면 금방 태도가 돌변하는 국민 정서에 닭·오리를 사육해 생계를 유지하는 농민·상점주는 죽어가고 있다. 물론 관공서, 자치단체가 앞장서서 해야할 홍보의 필요성도 정말 긴요하다.

그보다 더욱 효과적인 것은 국민정서가 이럴진대 시민단체가 앞장서서 범국민적으로 농민 살리기에 앞장서는 것이다. 무해를 믿지 못하는 국민정서를 닭·오리 곁으로 돌려놓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시급하다.

이정길 주성대 전임연구원·문학박사 jkrhee2@hanmail.net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