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박재분 시집‘아~해봐’ 출간
동양화처럼 갈등·화해 과정 담아

살아 있다는 건 무엇일까. 의지에 따라 손발이 움직이고 육체가 숨을 쉬고 있다는 것일까. 정신이 사유를 잃어버리지 않았다는 것일까. 살아서 육체와 정신이 따로 간다면 그건 살아 있는 게 아닌 것인가. 감각은 육체인가, 아니면 정신인가.

이러한 물음을 시작으로 육체(몸)와 정신(마음)이 갈등하고 화해하는 사유의 과정을 글로 담아냈다.

충북 괴산 출신으로 음성에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박재분 시인의 시집 ‘아~해봐’.

그의 시들은 자신의 삶을 드러내지 않고 다만 자신이 깃들어 있는 운명적이랄 수 있는 삶을 살아내면서 그 과정에서 겪으며 느낄 수밖에 없는 숙명을 노래하고 있다.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라 했는데/ 누가 싸움을 붙이나/ 시키니까 그것도 억지로 시키니까/ 전쟁놀이 좋아하는 사람들이/ 함성을 지르며 마구 부추기니까/ 냅다 달려 나가 뿔을 맞대고/ 씩씩대며 콧김을 내뿜어 보지만/ 적의와 증오가 무언지도 모르는데/ 부릅뜬 눈이 슬퍼서 서로 슬퍼서/ 힘 대신 슬픔으로 밀어보지만/ 싸움에서 이긴 소와 밀린 소는 서로가/ 풀밭을 잃고 쟁기를 벗은 채/ 기껏 모래밭에 나와 동족을/ 이겨도 슬프고 져도 슬프다.’(소싸움 전문)

이 싸움에서의 깨달음은 시인의 시가 지향하는 세계를 암시한다. 치열하게 계속되어 온 승부의 세계에서 승자의 행복과 환희와 패자의 슬픔과 절망이 모두 부질없었음을 깨닫는다. 이 승자도 패자도 없는 싸움에서 이기고 지는 것도 없는 것이라고, 그러니 싸움이란 애초부터 있을 필요가 없다고 삶의 ‘화해’를 말하고 있다.

반영호 시인은 표사를 통해 “박재분 시인의 시는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하다. 여유로운 넉넉한 여백에 간결하게 터치해놓은 언어야말로 단아한 사군자 같다. 비움과 생략으로 채워진 간결한 노래는 암묵적 문체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서로 공감하고 사유함으로서 함께 감동하게 하는 포근함이 편편이 배여 있다”고 소개했다.

도서출판 찬샘. 114쪽. 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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