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대병원 박해심 교수팀 연구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 차지

갑자기 호흡곤란이나 어지럼증 등을 호소하는 알레르기 쇼크로 병원을 찾은 환자의 절반 가까이는 약을 먹은 뒤 이러한 증상이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아주대병원 알레르기내과 박해심 교수팀은 2007∼2011년 전국의 15개 대학병원에서 치료 받은 16∼86세 아나필락시스 환자 1천776명을 조사한 결과 이중 46.6%(827명)는 약을 먹은 뒤 아나필락시스(알레르기 쇼크)를 일으켰다고 19일 밝혔다.

박 교수팀에 따르면 국내 성인에선 약에 기인한 아나필락시스 환자가 최다였고 이어 식품(24.2%), 벌 등 곤충에 쏘임(16.4%), 운동(5.9%) 순이었다. 원인 불명인 경우도 7%에 달했다.

앞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01~2007년 어린이의 아나필락시스 원인을 분석한 결과에서는 식품(46.1%), 약(22.5%), 원인 불명(19.1%), 물리적 원인(5.6%), 식품섭취 후 운동(5.6%), 벌 등 곤충에 쏘임(1.1%) 순이었다. 박 교수팀의 연구에서 아나필락시스와 가장 자주 연루된 약은 소염·진통·해열 작용을 하는 비(非)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였다.

전체 아나필락시스 원인의 13.3%를 이 약이 차지했다.

컴퓨터 단층촬영(CT) 등 방사선 검사에 사용되는 조영제(12%)나 페니실린·세팔로스포린 계열의 배타락탐 항생제 등 항생제(10.5%)를 복용한 뒤 아나필락시스를 경험한 사람도 적지 않았다.

식품 중에선 밀가루가 전체 아나필락시스 원인의 8.3%를 차지해 아나필락시스 원인 식품으론 1위였다. 해산물(8.2%), 채소(3.3%), 육류(3.2%), 견과류(1.6%)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아나필락시스 증상을 가볍게 경험한 환자에선 원인이 채소(3.8%)인 경우가 육류(2.1%)보다 많았다.

반면 중증(moderate) 이상의 아나필락시스를 보인 환자에선 원인이 채소인 경우가 육류보다 적었다.

연령대에 따라 아나필락시스의 주원인이 달랐는데, 30대 이하는 식품(34.2%)이었지만 30대 이상에선 약이었다.

국내 아나필락시스 환자는 해마다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07년엔 병원을 찾는 환자 1만명 중 7.7명이 아나필락시스 환자였지만 2011년엔 13.3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박 교수는 “약이 원인이고 알레르기 병력(病歷)이 있으며 피부·호흡기·심혈관계·위장관 등 여러 장기에 증상이 나타나고 나이가 많을수록 아나필락시스의 증상이 더 극심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아나필락시스는 먼저 원인을 밝힌 뒤 원인물질의 복용을 회피하는 것이 최선의 예방법”이라며 “아나필락시스 경험자는 외식할 때 성분이 불분명한 음식은 주문하지 않고 여행할 때는 에피네프린 등 응급주사약을 미리 준비하고 항공사에 미리 알리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연구 결과는 대한소아알레르기호흡기학회와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가 공동 발간하는 영문 학술지인 ‘알레르기, 천식, 면역학 연구(Allergy, Asthma Immunology Research)’ 1월호에 게재됐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