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알랭드 보통

청주공예비엔날레 특별전 개최

‘아름다움과 행복’ 주제로 기획

공예,예뻐보이는 것 이상의 가치

인문학+예술은 ‘치유’의 연장선

이번 기회로 韓 공예 재조명 원해

오는 9월 개막하는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의 공예특별전 기획자로 참여하는 스위스 출신 영국 작가 알랭드 보통은 지난 16일 “삶의 해답 보여주는 공예를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 공예비엔날레에서 금속, 한지, 목공 등 7개 분야 국내 공예작가 16명과 함께 ‘아름다움과 행복’을 주제로 특별전을 연다. 특별전 구상을 위해 지난 14일 청주를 방문한 그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지혜와 평온, 자족의 삶으로 안내하고 더 나은 곳으로 인도할 수 있는 사물 공예 작품을 구상 중”이라며 “전시장을 나설 때면 한층 성숙해진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역사학을 전공한 독특한 이력에, 최근 발간한 ‘영혼의 미술관(2013)’을 통해서는 미술(공예)이 지닌 치유의 능력을 설파하고 있는 그는 이번 특별전에서도 자신의 철학적 가치를 담아내겠다는 뜻도 피력했다.

 

▶청주비엔날레에서 공예특별전을 여는 소감은.

굉장히 흥분되고 기대되는 프로젝트이다. 평소 꿈꾸던 작업이었기 때문이다. 예술가의 작품에 심리적인 가치를 녹여내는 콜라보레이션(협업)에 관심이 많았다. 한국의 공예는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실용적인 물건이기도 하지만 영혼이 담겨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예를들어 조선 후기에 제작된 달항아리는 유교적 삶과 연관되어 있다. 공예의 다양한 특색이 잘 어우러진 전시를 보여드리고 싶다.

▶특별전의 주제를 ‘아름다움과 행복’으로 잡았는데.

아름다움과 행복은 잘 연결되어 있지 않은 것 같다. 아름다움은 때때로 ‘보이는 것’만으로 평가받는다. 이에 반해 철학은 ‘딱딱하고 재미없는’ 분야라는 오해를 받는다. 이번 전시를 통해 두 가지 편견을 깨고 싶다. 단순히 공예가 ‘예뻐보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심리적인 가치와 함께 향유될 수 있도록, 아름다움과 행복을 자연스럽게 연결짓겠다.

▶인문학과 예술을 어떻게 접목할 수 있나.

모든 작업은 기본적으로 ‘더 나은 삶을 위한 제안’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일은 아름다움과 관계가 깊다. 어떤 도자기는 심리적인 차분함을 안겨주고, 어떤 섬유제품은 부드러움을 느끼게 해준다. 또 어떤 그림은 관대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번 프로젝트 역시 이러한 ‘치유’의 연장선에 있다. 관람객들이 작가와 재미있게 소통하면서 미소짓고 전시장을 떠났으면 한다.

▶전시에 참여할 한국 공예작가 16명을 선발한 기준은.

두 가지 요소를 고려했다. 훌륭한 공예가로서의 자질이 있는지와 이번 프로젝트를 함께 이끌어갈 역량이 있는지 였다. 공예기법과 공예에 대한 역사인식을 갖춘 작가, 공예를 통해 심리적·철학적 요소를 잘 표현해낼 수 있는 작가를 선별했다. 이들은 전통뿐 아니라 현대까지 아우르는 균형잡힌 시각을 가졌다. 시대를 아우르는 전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시공간이 될 청주 연초제조창에 대한 느낌은.

거친 공간이었다. 그래서 흥미로웠다. 웅장하고 터프한 공간에서 우아하고 세련된 전시를 어떻게 풀어갈 수 있을지 기대가 크다. 해외에도 방치된 공장을 활용해 문화예술을 꽃피우는 곳이 많은데, 연초제조창도 아주 좋은 예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의 계획은.

작가 개개인의 작품 설명을 듣고, 어떤 가치를 더 잘 드러낼 수 있는지 연결시켜주는 작업을 할 것이다. 관람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전시용 도록을 직접 제작하고, 전시품을 구입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하겠다. 특히 한국은 경제적으로 급속한 성장을 이뤘지만 문화적 가치는 조명받지 못하고 있다. 공예 작가들의 뛰어난 능력 역시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 특별전을 통해 한국의 공예가 전세계적으로 재조명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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