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취업 어렵고 가족반대로 정착도 못해

장기불황의 여파로 기업 등의 구조조정이 늘어나면서 농촌에 젊은 실업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대도시의 대기업, 중소기업, 은행 등에서 일하다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30, 40대 젊은 나이에 구조조정 또는 회사 부도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들은 도시생활에 익숙해있는데다 자녀교육문제 등으로 농촌에 정착하기에도 어렵고 재취업 역시 어려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진천군 백곡면 한 마을에는 30, 40대의 젊은이들이 서너 명이 넘는다. 3년 전 회사에서 단행한 구조조정으로 고향에서 빚을 내 전세버스사업을 하다 한차례 실패경험이 있으나 지난해 이 사업을 다시 시작한 김모씨(45), 2년째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집에 틀어박혀 문밖 출입을 거의 하지 않은 채 폐쇄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 이모씨(36) 등이다.

이들은 농사를 지어 어렵사리 대학졸업을 시켰지만 일자리를 얻지 못해 부모님 뵐 면목도 없고 그렇다고 자립능력이 없는 그들로서는 무턱대고 대도시에서 생활할 수 없는 처지이기 때문에 속이 시커멓게 타 들어가는 심정이다.

청원군 미원면에도 젊은 청년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박 모씨(39)가 서울에서 대기업에 취직할 때만하더라도 지금처럼 낙향할 줄을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고 한다. 대기업 대리에서 과장으로 승진할 때까지는 한마디로 잘나가던, 유능하고 촉망받던 사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부장이 부르더니 “실적이 부족하다”며 구조조정대상이 됐고 더 이상 회사에 출근할 수 없었다고 한다.

박씨는 서울에서 1년 가까이 일자리를 알아봤으나 더 이상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부모님이 하던 농사일을 물려받을 생각이지만 아내와 자녀들이 서울생활을 청산하고 낙향하기를 한사코 거부하고 있어 가족을 설득하느라 마음고생이 여간 크지 않다고 한다. 

중소기업에서 10년간 근무하다 지난해 9월 실직한 황 모씨(44·청주시 흥덕구 가경동)는 아침 일찍 집에서 나와 도서관을 전전하고 있다. 그는 “하루 하루가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다. 막노동이라도 하고 싶은데 이마저도 일할 곳이 없다”면서 “무엇보다도 힘들고 참기 힘든 것은 일정한 수입이 없어 경제적으로 쪼들리면서 부부싸움이 잦아지고 아이들조차도 무능한 아빠로 보는 것 같아 너무 힘들고 괴롭다. 아이들과 마주 대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집에서 일찍 나온다”고 토로했다.

은행원 출신인 연 모씨(33·증평읍 도안면)는 “직장을 잃고 노동사무소에서 주는 실업수당으로 근근히 버티다가 지난해를 끝으로 이마저 끊겼다”면서 “아직 젊다고는 하지만 사무직을 얻기는 힘들기 때문에 비교적 일자리 구하기가 쉬운 영업직을 알아보고 있다”며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구직난을 실감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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