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장문석의 네번째 시집

흘러버린 오랜 시간을 그리움의 언어로 되새긴다.

있어야 할 것의 결핍, 한때 존재했던 것들의 부재. 삶에서 한자리를 차지했던 것들이 어느 순간 기억 깊숙이 들어앉았다. 이 기억들을 하나 하나 끄집어내 곱씹으며 ‘그리움’을 시어에 담았다.

시인 장문석의 네번째 시집 ‘꽃 찾으러 간다’(사진). 등단 25년을 맞은 중진 시인의 성찰 과정을 담은 진정성있는 도록(圖錄)이다.

장 시인의 작품세계는 자연스러운 감각적 구체성과 기억의 깊이에 의해 구성된다. 세상의 주류로 자처하는 도시 문명보다는 자연의 사물들을 통해 시간의 깊이에 닿는다.

이런 저자의 기억을 보듬는 따뜻한 서정은 생명 현상들을 돌보고 잊혀진 존재들을 불러모으며, 그들에게 새로운 이름을 부여한다.

특히 ‘차마고도’ 연작에서 자신의 서정이 어디서 발원하는지를 아름답게 토로한다. 그에게 차마고도는 저물어가는 옛 교역로가 아니라, 삶을 운송하는 여전한 험로다. 그 길에서 ‘나무꾼의 노래’를 들을 수 있고, 시인의 그리운 ‘어머니’를 추억할 수 있고, ‘금계리’도 갈 수 있다.

시인 송찬호씨는 추천사를 통해 “그의 시에는 웅덩이 같기도 하고 항아리 같기도 한 해학과 능청이 스며 있어서 아무리 소리 내어 읽어도 소란스럽지 않다. 무엇보다 그의 시가 돋보이는 건, 곰삭은 말과 음악의 어울림이다. 시편마다 공후를 숨겨 놓았다”고 말했다.

유성호 문학평론가는 “장문석은 생명 감각을 시 안에서 근원적으로 구현하려는 시인이고, 아름다운 기층언어를 통해 호활한 자연 서정과 속 깊은 그리움에 가 닿으려는 시인이다. 우리로서는 그 섬세한 호명의 줄기를 따라 그가 상상하는 존재론적 기원과 궁극을 만나게 된다”고 평했다.

실천문학사. 152쪽. 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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