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진 대전대청주한방병원 한방내과2 교수

한방에서 중풍을 치료할 때는 CT나 MRI 검사를 통해서 뇌경색, 뇌출혈 등의 중풍을 진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환자의 현재 몸 상태를 파악하는 것을 중요시합니다.

즉, 같은 뇌경색 환자라고 할지라도 환자의 몸 상태, 발병 원인에 따라서 치료법이 달라지는데 이를 ‘동병이치(同病異治)’라 합니다. 즉, 같은 병이라도 변증(辨證)에 따라 다르게 치료한다는 것입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한의학의 여러 변증 분류 중 하나인 화(火)와 중풍의 관련성에 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화(火)는 갑작스럽게 열기를 띠고, 인체의 진액(津液)과 원기(元氣, 인체의 가장 근원이 되는 기운)를 소모시키며 위로 올라가려는 성질이 있습니다. 중풍의 초기 증상은 화(火)와 관련이 깊습니다.

화(火)는 여러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으로 심화(心火)또는 울화(鬱火)를 들 수 있습니다. 이는 심한 정신적인 스트레스, 지나친 긴장, 오랫동안 스트레스를 참아서 뭉친 화(火)로써, 이 울화(鬱火)가 매우 왕성하여도 병증을 일으키게 됩니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고 할 만큼 인체에 많은 폐해를 일으킵니다. 스트레스가 지나치면 혈관이 수축되어 혈압이 올라가고 계속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동맥경화증이 발생할 위험이 증가하게 됩니다. 피할 수 있는 스트레스는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지만, 불가피한 스트레스라면 정복해버리는 것이 더 낫습니다. 오랫동안 스트레스가 쌓이거나 긴장을 지나치게 하게 되면 근육, 신경, 혈관의 기능에 안 좋은 영향을 미쳐 중풍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를 6개월 이상 오랫동안 참는 상태가 지속되면 화병이 되는데, 화병으로 인한 중풍 발병률을 조사한 결과, 중풍환자 200명 중에 화병으로 진단된 환자는 57명으로, 조사 대상 가운데에서 28.5% 가량의 유병률을 나타냈습니다.

그리고 그 밖의 화(火) 병증은 발열성 질환으로 인해 체내의 진액이 부족하여 나타나는 것, 체질적으로 체내에 따뜻한 온기인 양기(陽氣)가 너무 많아서 나타나는 것 등이 있습니다.

화가 갑자기 왕성하여 이것을 억제하지 못하면 정신이 혼미해지고 팔다리의 마비가 오며 졸도하여 의식이 없는 상태가 되는데, 갑자기 화를 내면 뇌출혈을 일으키는 것과 비슷합니다.

우리 인체는 인체의 상태를 항상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항상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병리적 화(火)로 인하여 인체가 균형을 잃고 항상성이 깨어지면 병적인 변화가 초래됩니다. 자각할 수 있는 증상으로는 과한 체온상승, 얼굴에 열이 달아오르는 증상(上熱感), 입 마름, 가슴이 답답한 증상, 정서적인 흥분, 출혈, 소변색이 붉게 나오는 증상 등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증상이 특별한 기저 질환 없이 지속된다면 화(火)로 인해 인체의 균형이 흐트러졌음을 인지하고, 이를 교정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과로를 피하고,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를 잘 해소하며,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기 위해 노력 하는 등, 생활 습관을 개선하고, 한방 치료 등을 통해 인체의 균형을 바로잡는 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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