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총선이 80일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예비출마후보들이 벌써부터 얼굴을 알리기 위해 이번 설 연휴에도 가장 바쁜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4·15총선은 정치신인들의 대거 등장이 예상되고 ‘물갈이’론이 거세지고 있으나 나라의 경제사정이 뒷전으로 밀려난 채 각 정당의 목표는 온통 4월 총선에만 총력을 쏟고 있다.

국회의원 3명 중 한 명이 각종 비리혐의를 받았거나 받고 있다고 한다. 이를 증명이나 하듯 한나라당, 열린 우리당,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대선 불법자금문제와 개인 비리 혐의 및 의혹으로 줄줄이 검찰에 불려갔거나 검찰 출두를 앞두고 있다.

이는 정치인들이 국회의원이라는 권력을 이용해 마치 ‘위험한 외줄 타기’를 즐기다 부패라는 깊은 수렁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 가장 추악한 형국이다. 그래서 정치인들이 한국에서 가장 부패한 집단으로까지 국민들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최대 이슈는 물갈이 대상이 누가 되느냐는 것이다. 물갈이 대상인 부패정치인들이 국민들을 얼마나 얕잡아 보기에 면종복배(面從腹背)식으로 자신의 이기심만 채우려드는 것인지, 인간이하의 후안무치한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충북에 지역구를 둔 정치인은 6선 1명, 4선 1명, 재선 2명, 초선 3명이다. 이 중 한나라당 신경식 의원이 최근 17대 총선 불출마선언을 했다. ‘아름다운 퇴장’으로까지 칭송됐던 그가 오는 28일 검찰에 공개 소환되는 일생일대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대검 중수부는 대아건설이 지난 대선 때 이회창·노무현 후보 측에 수십억원의 불법 대선 자금을 건넨 단서를 잡고 수사중이라고 밝혔다. 대검에 따르면 당시 한나라당 대선 기획단장이던 신 의원이 기업 등에서 불법 대선 자금 모금에 개입한 정황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불출마 배경이 검찰의 수사와 무관치 않다는 점에서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6선의 김종호 의원의 지역구(증평·괴산·진천·음성) 출마설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김 의원의 출마설은 주변 정치 여건상 지나친 과욕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많은 데도 이런 소문이 여전히 나돌고 있는 것은 본인의 출마의지가 없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이번 총선에 물갈이 대상이 자신인 줄도 모르고 물갈이를 외치는 예비출마후보들이 있는가 하면, 누가 보더라도 자질이 부족한 데도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명함을 돌리고 얼굴을 알리기 위해 발품을 파는 딱한 후보들도 많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중앙·지방 할 것 없이 그동안 지켜온 명예는 고사하고 자신이 망가질 때까지 지나친 과욕을 부리다 패가망신한 사람들이 부지기수였다. 삼척동자가 보더라도 출마한들 낙선할 것이 자명한 데도 출마의 고집을 꺾지 못하는 이들을 보노라면 한심하다 못해 측은할 정도다.

16대 4·13총선이 ‘바꿔’가 유행어였다면, 17대 4·15총선은 ‘물갈이’가 화두가 되고 있다. 선거 때마다 되풀이 되는 것이지만 유권자들의 낡고 썩은 관행과 행태를 버린다면 이번 총선은 최선이 아니라면 차선의 선량을 뽑고도 남을 것이다.

기초·광역단체장, 의원 등의 선거에서 한번 잘못 선택한 것이 국가와 지역에 얼마나 ‘해악’이 되는지를 그간의 실패한 경험만으로도 쓰디쓴 약이 됐다. 4·15총선에서 더 이상 가면 쓴 정치군상들이 정치권에 기생하지 못하도록 이들을 골라내는 일은 어디까지나 유권자의 몫이라는 사실을 총선 때까지 곱씹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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