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사회의 불안정성이 높아지고 있는 원인 중의 하나가 투자실패로 인한 가족해체, 동반자살 등의 비극과 함께 납치, 살인 등 강력범죄의 빈발이다. 투자실패는 개인차원의 문제만이 아니라 가족의 비극으로 이어지고, 결과적으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유발시킨다.

투자는 개인적 의사결정이지만, 실패사례가 급증하는 것은 사회적 현상이다. 이러한 현상이 가져오는 사회에 대한 부정적 파급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80년대 말까지만 하더라도 안정된 직장을 가진 경우 근로소득에 의한 중산층의 삶을 누리는 생활방식이 가능했었다. 그러나 올림픽을 이후로 무역수지 흑자와 함께 현금 유동성이 높아지자 주식과 부동산 가격이 치솟고, 투자 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증권이나 부동산 투자에 의한 소득창출의 기회가 늘어남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재테크’에 눈을 돌리게 됐다.

투자게임에 성공한 사람들은 고소득 소비층의 삶을 살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최근에 경기침체와 함께 실패사례가 급증하고 사회전반적 기업가정신이 위축됐다.

최근 중소기업청에서 창업실패사례를 공모하였는데, 사례를 보면서 새삼 느낀 점은 창업실패의 대가가 너무 가혹하다는 점이다. 대부분 안정된 직장을 다니고 있었는데 새로운 기회를 추구하기 위해서나, 구조조정 과정에서 직장을 잃게 되어 창업에 나선 것이다. 또한 원천적으로 가계수입이 부족해 창업전선으로 나가야만 되는 가정주부들과 결혼을 꺼리는 독신여성들이다.

그러나 창업과정에서 겪게 되는 위험요소를 해결할 수 있는 지식과 역량의 부족뿐만 아니라 급격한 경기침체 등으로 인해 실패의 고통을 겪게 된 것이다. 사업실패는 가정파탄, 이혼, 가출, 노숙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 고통을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 극단적인 행동을 저지르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러한 결과가 일차적으로는 투자 의사결정을 잘못한 개인에게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사회적 차원에서 그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최근 신용불량자들이 급증하자 공익 캠페인을 통해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듯이, 예방적 차원에서 투자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투자실패가 얼마나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또한 올바른 투자게임을 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줘야 한다. 안정성과 수익성이 보장되는 다양한 간접투자 금융상품들이 제공돼야 하며, 이러한 금융상품에 대한 세제혜택을 강화해 시중의 부동자금을 유입시켜야 한다. 예비창업자들에게 기업가적 역량을 배양할 수 있는 보다 체계화된 교육 훈련의 기회가 제공돼야 한다.

이러한 면에서 우리 사회는 이제 겨우 시작단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수많은 창업실패 현상을 너무 비관적인 관점에서만 해석할 필요는 없다. 우리 사회가 극복하고 나아가야 할 도전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더 나아가서는 실패한 사람들이 재기할 수 있는 ‘패자부활전’이 있었으면 좋겠다. 자신의 실패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통해 올바른 학습이 이루어진 사람들이 다시 한 번 도전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정책안도 검토됐으면 한다.

정직한 실패에 대해 보다 관용할 수 있는 사회의식도 형성된다면 더욱 바람직할 것이다. 갑신(甲申)년 새해에는 우리주위에 좋은 일들이 많기를 기대해본다.

정상옥 중기청 소상공인지원센터 상담사 o562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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