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제가 아는 사람 중 맞벌이를 하는 부부가 있습니다. 연애결혼을 한 부부인지라 처음에는 매우 다정하게 살았는데 아기가 생기고부터는 차츰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 남편은 소파에 앉아 TV를 보며 쉬는데 아내는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아이들을 돌보는 등 모든 일을 해야만 했습니다. 더욱이 연애할 때는 공주처럼 대하였고 신혼 초까지만 해도 잘 도와주던 남편의 변한 태도에 대한 불만 또한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아내는 사소한 일에도 짜증을 부리며 잔소리를 하였고 처음에는 묵묵히 잔소리를 듣고만 있던 남편도 술만 먹으면 행패를 부리기 시작했습니다. 마침내 그녀는 결혼 한지 10년 만에 이혼을 결심하기에 이르렀고 그 사연을 나에게 털어 놓았습니다. 나는 마지막 방법을 써본 다음 이혼할 것을 권했습니다. “아마도 남편은 당신에게 받을 빚이 있는 사람인가 봅니다. 빚을 졌으면 빚을 갚아야지 헤어진다고 해결이 되겠습니까? 정말 이혼을 하고 싶으면 하루 108배씩 백일기도를 올려 심신을 맑게 한 후에 결정해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절을 한지 20여일 후, 문득 그녀는 남편의 태도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생각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자기 내면 속에 짙게 깔린 이기심, 곧 내가 편하고 사랑받고 싶다는 생각이 문제를 일으켜 도와주지 않는 남편을 미워하고 불평을 터뜨렸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늘 이기심의 안경을 끼고 남편을 보고 남편을 미워했음을 느낀 그녀는 그날부터 108배를 할 때 한 배 한 배마다 “잘못했습니다. 용서 하세요”하며 참회하였고 그 결과 다시 잉꼬부부가 되어 잘 살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처럼 “나”의 이기심을 곧추세우면 주위가 지옥처럼 변해가고 ‘나’를 돌아보면서 ‘나’를 비우면 행복이 제자리를 찾게 됩니다.

우리 불교에서 절을 할 것을 권하는 까닭도 바로 이 ‘나’에 대한 생각에 사로잡혀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의 삼독심(三毒心)을 일으키고 그 삼독심으로 갖가지 악업을 짓는 ‘나’를 행복의 자리로 되돌리고자 함에 있습니다.

선종(禪宗)의 큰 조사(祖師)이신 육조해능대사(慧能大師)께서는 특히 이를 강조했습니다. 절은 ‘나’를 비우는 공부요 참회 법입니다. “저의 가장 위에 있는 머리를 부처님의 발아래 대고 절하옵니다.” “지극한 마음으로 목숨을 바쳐 절하옵니다.(至心歸命禮)”

이러한 마음으로 절을 하게 되면 저절로 ‘나’의 이기적인 생각들이 비워지게 되고 탐욕 등 그릇된 생각들이 비워지면 업장 또한 녹아내려 비할 바 없는 복(福)이 저절로 깃들게 되는 것입니다. 나아가 ‘나’를 비우고 절을 하는 사람은 진실로 남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마음을 낼 수 있게 되고 참된 봉사를 하면 ‘나’의 마음이 편안해질 뿐만 아니라 ‘나’를 대하는 모든 사람의 마음도 편안해질 수 있습니다. 이처럼 절을 하면서 참회를 하면 업장소멸의 참되는 물론이요 모든 사람을 편안한 세계로 인도하는 대복전인(大福田人), 곧 큰 복 밭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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