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황제내경 영추로 둔갑된 고려 침술경전 ‘영추’
시인·저자 정진명씨 순 우리말로 완벽한 주해 담아

▲ ‘고려침경-영추’

동양의학의 시작과 끝은 ‘황제내경’이다.

황제내경은 ‘소문’과 ‘영추’ 두편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고려의 ‘침경’이 황제내경의 ‘영추’로 둔갑해 전해내려오고 있다. ‘영추’에 대한 집중 연구와 새로운 해석으로 동양의학사 1천년의 숨겨진 비밀을 풀어낸다.

침뜸의 종주국 고려가 남긴 침술 경전 ‘영추’에 대한 완벽한 주해를 담은 책 ‘고려침경-영추’의 숨겨진 비밀이 시인 정진명(충북예술고 교사)씨에 의해 밝혀졌다.

황제내경은 동양의학을 집대성할 때 하나로 만들지 않고 굳이 ‘소문’과 ‘영추’로 나눠 만들었다. 이 둘은 합쳐질 수 없는 서로 다른 책이었다.

그것을 억지로 ‘황제내경’이라는 이름으로 합쳐놓은 것이다. 물론 이렇게 억지로 끼어맞춘 장본인은 중국 송나라의 교정의서국이다.

‘소문’은 진한대 의학을 집대성한 중국의 의학책이지만, ‘영추’는 고려의 침경이다. 고려에서 ‘영추’가 송나라에 전래되자 동양의학은 비로소 숭숭 뚫린 허점을 메우고 완전한 의술의 기틀을 세운다. 이런 사실이 밝혀진 것은 불과 10여년밖에 안된다.

여러 가지 이유로 1천년 세월동안 ‘영추’가 황제내경인 줄만 알고, 그것에 의문을 품지 못했던 것이다. 이 세월 동안 고려의 ‘침경’은 황제내경의 ‘영추’로 둔갑했다.

이 책은 이런 과정을 추적하던 저자가 황제내경의 한 부분으로 있던 ‘침경’을 본래의 ‘고려침경’으로 되돌리는 시도다.

책 앞부분의 해설에서 ‘영추’가 황제내경이 아닌 고려의 ‘침경’이었음을 밝히고, 송나라 교정의서국에서 편집하기 이전의 원래 형태로 재편집해 ‘고려침경’으로 재탄생 시켰다. 이로서 1천년동안 황제내경에 가려졌던 침경을 ‘고려침경’으로 원래 자리로 되돌려놓았다.

침의 종주국은 고려다. 이 ‘고려침경’이 그것을 증명한다. 또 그 전통은 그 후대에도 이어져 조선에서 허임의 ‘침구경험방’이 나오고, 임진왜란을 전후해 사암 도인의 ‘사암오행침’이 출현한다.

침술은 조선 사의 작은 마을까지 백성을 구제하는 수단으로 자리 잡는다. 동네 구석구석까지 침술이 스며들어 백성들의 질병을 구제하는 수단으로 정착한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우리가 어렸을 적인 1970년대까지만 해도 시골 동네에는 침놓는 할아버지들이 있어 급한 병은 이들이 모두 다스렸다. 그런 전통도 바로 이 ‘고려침경’의 전통이 있는 사회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고려침경-영추’는 황제내경 ‘영추’를 완전히 재편성해 우주, 사람, 침술, 잡병 4부로 나눴다.

원래 ‘영추’편제를 무시하고, 내용에 따라 재편성하자 묘하게도 분량이 거의 비슷하게 나뉘었다고 저자는 설명했다.

특히 무엇보다도 이 책의 가치를 빛내는 것은 누구나 읽을 수 있는 가장 쉬운 말로 풀이했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원래 국어과 출신에다 시를 쓰는 저자의 역량이 마음껏 발휘됐다.

한문을 전혀 모르고도 원래의 문장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용어부터 문장 구조까지 우리에게 익숙한 말들로 옮겼다.

저자 정진명씨는 “순 우리말로도 우리의 몸을 보고 몸의 탈을 이해할 수 있다. 한자를 모르는 사람들이 읽어도 무리가 없을 만큼 아주 쉬운 문장으로 옮겼다는 것이 장점”이라며 “어렵다고 느낀 동양의학의 고전이 아주 쉽게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며, 우리나라야말로 침뜸의 종주국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충북 청주에서 중등국어교사로 재직중이며, 시인으로도 활동중인 정진명씨는 ‘우리 침뜸 이야기’, ‘한국의 활쏘기’, ‘충북국궁사’, ‘시를 보는 새로운 눈’ 등과 시집 ‘활에게 길을 묻다’, ‘정신의 뼈’, ‘노자의 지팡이’, ‘회인에게 속리를 보다’ 등 다수의 저서를 펴냈다.

학민사. 502페이지. 3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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