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생물은 성장기의 다섯배의 생명력을 가졌고 따라서 인간은 성장기 25세에 5를 곱하면 125세까지 살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런데 이렇게 인간이 타 동물에 비해 장수하는 이유를 동물학자 모리스는 손자녀를 돌보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독립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너무나 많이 걸리고 이를 부모의 힘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중국의 신강 위그르족은 장수하는 민족으로 유명하다. 이 민족은 이슬람 민족이며 매우 밀도높은 가족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방인을 수용하는 자세가 배타적이지 않은 민족이다. 이것만으로는 우리민족과 별다른 점이 없어 보이나 조사결과 특이한 친족관계를 유지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아직 산아제한이라는 제도의 산물이 미치지 않아 가임여성의 출산률이 높다는 점이고 이렇게 태어난 일부 어린아이는 조부모의 아이로 입적이 된다는 사실이다.

한편 북극의 이누잇족의 경우는 매우 척박한 환경 속에서 살기 때문에 장수하지 못하고 조로하는 민족도 있다. 그래서인지 이들의 라이프 싸이클은 30대에 조부모가 될 정도로 매우 짧은 편이다. 그런데 이곳 역시 아이 즉 손자가 조부모의 아이로 입적돼 길러진다. 생물학적으로는 분명 할머니 할아버지이지만 사회학적으로는 부모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원래는 할머니 할아버지라고 불려져야 마땅하나 아버지 어머니로 불려진다.

위의 두 사회에서는 자식이 결혼한 뒤 자신들이 낳은 아이들의 일부를 부모에게 바쳐 양육권을 이양하고 제도적(법)으로도 입양되는 사례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회에서는 양육권을 완전히 취득하지는 않고 조부모가 손자녀의 양육을 보조해주고 돌보는 것이 보편적이다. 우리나라 역시 지금처럼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보편화되기 전까지는 취학전 유아들의 보육을 ‘할머니 무릎학교’에서 행해 왔었다.

그런데 얼마전 친구가 근무하는 시골학교의 이야기를 듣고 농촌노인들의 손자녀 돌보기가 잘못된 가족관계의 산물이라는 사실을 알고 가슴 아프다. 친구가 맡은 학급의 학생수가 15명(전학년 중 최다수라 함) 밖에 되지 않는데 2명이나 전학을 가게 돼 다른 학생들에게 작별인사를 시켰다 한다.

“아무개는 아빠(교도소에서 출감 : 비공개)가 데려가게 되었고, 또 아무개는 엄마(재혼)가 데려가게 돼서 그 쪽으로 전학을 간단다” 했더니 한 학생이 “좋겠다” 하면서 울기 시작했고 영문도 모르는 한 아이가 “쟤는 왜 우니?”하니 “엄마가 나갔데. 그런데 쟤보다 아무개가 더 불쌍해. 걔는 새엄마래” 하면서 울기 시작한 것이 교사 학생 간에 부둥켜 안고 울음바다로 변했다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전해 듣고 필자와 친구는 또 한번 울지 않을 수 없었다.

이유야 어떻든 간에 농촌에 살고있는 노인이 손자녀를 떠안는 경우, 대개는 자녀부부가 함께 일하거나 이혼, 사고사, 가출, 수감 등의 이유로 맡겨진 아이들이다. 손자녀를 맡아서 키워야하기 때문에 오래 살아야되는 타 민족의 긍정적인 사유와는 달리 한국의 농촌노인이 오래 살아야 하는 이유는 그것과 너무나 차이가 있어 슬프고 불쌍하기만 하다.

세계 최대 이혼국이라 할 정도로 점점 이혼은 늘고, 그래서 버려진 아이가 늘고, 이를 맡아 키울 수 밖에 없는 조부모와 손자 가족은 무려 3만 가구나 된다고 한다. 지금까지 노인교육을 위해 힘써온 필자로서 이제 예비부부교육도 병행해야할 때가 된 것 같아 할 일이 태산이다. 

한규량 청주과학대 노인보건복지과 교수 krhan@cjnc.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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