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눈이 많이 내렸다. 최근 몇년 동안 겨울에 눈이 좀처럼 오지 않았다. 밟기 아까울 정도로 예쁘게 세상을 하얗게 물들인 눈은 발목을 훨씬 넘어설 정도로 제법 많이 내렸다.

겨울가뭄 걱정하던 농사짓는 이들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졌겠구나 하는 생각도 하고 온 세상의 더러움을 하얗게 덮어버린 눈을 보며 혼탁한 세상이 그렇게 깨끗해졌으면 하는 감상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나 다시 조금더 생각해보니 눈이 세상을 깨끗하게 한 것이 아니고 더러운 것들을 잠시 가리고 있을 뿐 그 하얀 눈 아래로는 온갖 더러움이 여전하고 곧 눈이 녹으면 다시 드러나게 될 것이란 걸 알게 됐다. 단지 겉모습만 하얗게 바꿀 뿐.

문득 정치인들의 작태가 떠오른다. 저마다 자기가 하얗다고 떠들고는 있지만 햇살이 비추게 되면 그 더럽고 추악함에 누구나 눈살을 찌푸릴….

요즘 신문을 보면 정말 정치하는 사람들은 대단하단 생각이 든다. 지난 한해 정치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들이 우리 국민에게 얼마나 교육적으로 큰 효과를 가져다 주는가 감탄하게 된다.

정치인들은 아전인수, 표리부동, 부화뇌동, 곡학아세 등 4자성어의 생생한 표본이며 그 뻔뻔스러움이란 천부적인 재능에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여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통 사람들은 꿈도 꾸지 못할 경지다.

입이 있어도 할 말이 없는 유구무언의 상황이건만 오히려 입이 없어도 말을 할 것 같은 무구유언의 놀라운 능력은 정치인의 기본 자질이고, 재물을 보고 결코 그냥 지나치지 않으며(견물생심), 500억과 50억은 어차피 비슷한 것이다라고 주장하고(오십보백보), 죄를 저지른 동료라도 마땅히 도우며(관포지교), 민생은 바닥을 기는데 장밋빛 2만달러 노래를 부르며(사상누각), 남의 세를 빌어 자신의 배를 채우기도(호가호위) 한다.

정말 그들 행동 하나하나가 주는 교훈은 너무나 많아 일일이 예를 들기가 힘들다. 우리는 마땅히 정치인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결코 그런 더러움에 물들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

강안선 / 21·청주시 내덕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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