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쌀 시장 전면개방 이후 수입쌀에 적용할 관세율을 513%로 확정하고 세계무역기구(WTO)와의 협상에 본격 들어간다. 이 관세율을 적용하면 80㎏ 미국산(중립종) 쌀은 6만3천303원에서 38만8천49원, 중국산(단립종)은 8만5천177원에서 52만2천134원으로 수입가가 높아지게 된다. 국내산 산지쌀값이 16만∼17만원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경쟁력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일본의 1천66%, 대만 563%와 비교하면 낮은 수준인데다 이마저도 지켜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이 관세율이 적용될 경우 우리 쌀이 가격과 품질 면에서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농민은 손해 볼 일이 없다는 게 정부의 주장이다. 겉으로 보면 정부의 견해가 옳은 것처럼 보이지만 현재 이 안은 정부의 안일뿐이며 쌀을 수입해야 하는 해당국가나 WTO가 이를 수락하지 않을 경우 언제든지 재고의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농민은 정부를 믿을 수 없는 것이다.

이 같은 일을 예측하고 전국농민회 등은 수차례에 걸쳐 정부에 고관세율을 법제화 할 수 있는 제도마련을 위한 여·야, 정부, 농민으로 구성된 논의기구인 4자 협의체를 제안했었다. 하지만 정부는 끝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농식품부와 학계, 농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쌀 산업 발전협의회’를 구성했다. 협의회는 소모적 논쟁만 거듭했고 결국 쌀 관세화를 앞둔 시점에서 농민회가 수용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정부가 발표한 고관세율을 어떻게 해서든 관철시킬 의지가 있다면 4자협의체를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 시간을 끌면서 농민의 반발을 무마하려는 정부의 꼼수라는 농민단체의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농민단체가 요구하는 4자협의체 구성을 통한 고관세율의 법제화가 이뤄져야 한다. 상황에 따라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현재의 고관세율적용이 농민을 불안하게 하는 원인이라면 이 원인을 제거해 줘야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쌀은 우리 국민에게 주식이다. 만약 농민이 쌀농사를 포기해야 한다면 이는 식량주권을 포기하는 일이다. 향후 식량식민지화라는 무서운 재앙에 직면할 수 있는 문제다. 현재로서는 여·야국회의원들의 의지가 중요하다. 세월호법 등으로 국회가 공전(空轉)상태에 놓여있지만 쌀시장 개방관련 논의기구 구성에 국회가 나서야 한다. 일본에 비하면 절반정도에 불과하지만 이 역시 안전판이 되지 못하고 앞으로 FTA(자유무역협정)나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협상에서 쌀을 양허대상 품목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좀 더 명확한 제도마련 법제화가 필요하다. 더 늦기 전에 서둘러 4자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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