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신년 새해가 밝았다. 신년을 맞으며 지난 한 해 동안에 해결하지 못했던 일들에 대해 반성하고, 올해는 이러한 과제들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를 심각하게 논의해야 할 것 같다.

중산층 이상에 해당되는 지식인 2천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금년에 해결해야 할 과제 1순위로 정치자금의 투명화와 정치의 부정부패 척결을 지적했다. 그리고 2순위로는 빈부의 격차 해소와 경기부양대책 개선, 3순위로는 공교육의 활성화, 4순위는 부동산 투기 근절 등을 들었다. 이 같은 문제점의 해결방안을 제시하며 실행이 있기를 기대한다.

정치자금 투명화 요구 거세

첫째로 정치자금의 투명화를 도모해야 한다. 이것이 없이 정치의 선진화는 불가능하다. 지금까지 불법정치자금은 정경유착으로 이어졌다. 이로서 시장경제 원리에 의한 올바른 경쟁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정치인들의 부정부패가 관행으로 인정돼 왔다.

국민의 이익과 의지를 받들어야 할 공복이 군림하는 정치인으로서 소수 재벌의 이익을 옹호하는 앞잡이 역할을 해왔다. 새해에는 정치자금의 수입과 지출을 투명화하는데 온 지혜를 모아 반드시 부정 부패의 요인을 척결해야 할 것이다.

둘째로 빈부의 격차를 줄여야 한다. 빈익빈 부익부가 크나큰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지금까지 노동자들은 자본가들이 부의 불균형을 조장한 것으로 인식해 왔다. 앞으로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한다면 경영자와 더불어 승리하는 소위 윈윈 게임(win-win game)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재벌들은 편법으로 재산을 대물림하고자 했을 뿐만 아니라 저소득자들에 대한 배려 없이 배불리기에만 열중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청년실업, 신용불량자가 400만명이나 되고 거리의 노숙자가 늘어가고 있는 반면에 곳곳에 늘어나는 호화 아파트, 골프장, 스키장 등, 사치성 레저문화 시설이 늘고 고가의 외제 명품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부자는 노력 없이 편법, 불법으로 축재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빈자(貧者)들의 눈물을 닦아줄 줄 알도록 정부가 유도해야 한다.

셋째로 공교육을 제대로 시행해야 한다. 황금만능의 풍조가 교육에서도 만연해 돈을 많이 투자하면 일류대에 갈 수 있고, 돈이 없어서 사교육을 받지 못하면 삼류 대학을 간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자식들을 어학연수, 조기교육이라는 명분으로 해외로 내보내는 숫자가 작년의 10배를 넘어섰다. 상대적으로 해외 어학연수 한번 못 가고 사교육조차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박탈감, 괴리감은 청소년들을 좌절시키고 있다. 최근 특수사립고교를 만들어 마치 귀족학교에서 귀족을 배출하고자 하려는 발상은 사회적으로 위화감을 조성하기에 충분하다.

인간에겐 천부적인 능력이 있다. 그 능력이 금전으로 인해 사장이 된다면 국가적 손실이다. 얼마 전 한국인의 지능지수가 세계 2위라는 보도가 있었다. 이렇듯 우수한 능력자들이 학교를 가지 못함으로써 급식을 받지 못해 굶어야 하는 숫자가 늘었으며, 학교에서는 일찍 끝나고 사교육도 받을 수가 없어서 배회하는 청소년들 또한 증가했다.

서민 소망 이뤄지는 해 되길

학교에서는 공교육을 활성화하도록 자율학습, 연장수업이나 방과후 혼자 학습할 수 있는 과제를 부과해 줘야 한다. 또한 교사의 권위와 처우를 개선하는 데도 관심이 쏠려야 한다. 넷째로 건전한 부동산 거래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부동산 투기를 근절시키겠다고 내놓은 각종의 대책들은 단기적으로는 성공할 수 있을지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정부는 더 많은 서민 아파트를 건립해 이들에게 저렴한 값으로 제공해 줘야 한다. 서민들에겐 평생에 집 한 채를 가져보는 것이 소원인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부동산 투기를 근절시키겠다고 취득세나 양도소득세를 올려버린다면 이들에게 희망을 빼앗아 가는 것과 같다.

새해는 원숭이의 해이다. 모쪼록 조삼모사(朝三暮四)식의 원숭이이기보다는 재주가 많고, 지혜로운 원숭이로 사는 한 해이기를 기원한다.

이정길 주성대 전임연구원·문학박사 jkrhee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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