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는 섣달 그믐날을 제석(除夕) 또는 제야(除夜)라고 칭했다. 이날이 되면 궁중에서는 연종방포(年終放砲)라 해 대포를 쏘았으며 지금은 보신각에서 33천(욕계의 제6천인 도리천을 칭함)에 울려퍼지는 제야의 종을 33번 친다. 이 날은 연중의 거래관계를 청산해야 하며 자정이 지나면 정월 보름까지 빚 독촉을 하지 않는 것이 상례이다.

세찬이나 차례를 위한 음식을 준비해야 하고 남자들은 집안팎을 깨끗이 청소하는데 특히 집 주변의 외양간과 거름을 퍼내어 설맞이 준비를 하는데, 이는 묵은 해의 잡귀와 액을 모두 물러가게 하고 신성한 가운데 신년을 맞이하려는 마음의 준비이다. 그리고 마당을 쓸고 난 쓰레기를 태우는데, 잡귀를 불사른다는 신앙적 속신이기도 하다. 이날은 사당에 절을 하고 어른에게도 절을 하는 일종의 묵은 세배를 한다.

이는 1년의 마지막 순간까지 무사히 지나게 하였다는 뜻에서 인사를 드리는 것이다. 이것을 궁중에서도 행해졌고 이날 밤에는 곳간, 장독대, 축사 등 집안의 곳곳에 불을 밝혀놓고 잠을 자지 않는데 이것을 수세라고 한다. 불을 밝혀 놓는 것은 잡귀의 출입은 막고자 하는 것이며, 수세를 하는 것은 눈썹이 희어진다고 하는 속신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현실에는 맞지않는 미신적 부분도 없지 않으나 되새겨 고찰해 볼만한 내용이다.

국민들은 국민들대로 해돋이를 보면서 묵은 해를 반성하고 새해를 기약하며 나라가 좀 조용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 볼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은 과연 어떠한지 참으로 걱정이 앞선다.

새해에는 온 나라가 평안하고 백성들의 걱정을 줄이기 위해 한해를 보내며 어떤 것을 반성하고 어떤 마음의 준비로 새해를 맞이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깨끗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새해를 서로 맞이하기 위해 연중의 거래관계를 청산하고 보름까지는 빚독촉을 하지 않는 아름다운 마음을 베풀며 살아온 선조들의 풍속이 그리워진다.

지금 정치권은 어지럽다. 제 식구를 위해서는 범죄자도 감싸고 금방 드러날 일도 발뺌과 오리발, 거짓말을 일삼고 있다. 부끄러운 짓을 하고도 부끄러워 할 줄 모르는 사람들의 집단이 존재하고 있음이 참으로 부끄럽다. 털어버릴 것은 얼른 털어버리면 얼마나 마음 편할까. 누구나 할것 없이 지난해는 부끄러운 일이 없었는가 되돌아보고 과오가 있었다면 진정으로 부끄러워 하고 다시는 수치스런 일을 저지르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갑신년을 맞이했으면 한다.

도안스님 태고종 충북교구 종무원 총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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