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2월 30일 국회가 본회의를 열어 한나라당 박명환·박재욱·박주천·최돈웅, 민주당 박주선·이훈평, 열린우리당 정대철의원 등 7명에 대한 검찰의 체포동의안에 대해 표결을 실시했으나 모두 부결됐다.

국회의원 236명이 표결에 참여했으나 찬성표가 출석 과반수(119표)에 모두 미달했다. 헌정사상 유례없는 국회의원들의 정치자금법 위반혐의에 따른 범죄행위가 낱낱이 벗겨지면서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 한숨을 토해내는 국민들의 울분은 차라리 절규에 가깝다.

계속되는 정치판의 싸움을 보면서 정부를 불신하고 정치인의 집단을 불법을 양산하는 파렴치한 집단으로 치부해 버리는 국민들은 차떼기 정치자금의 수수를 보면서 콩나물값 몇 푼을 왜 깎으려고 애를 썼는지 초라해진 자신의 모습에 환멸을 느꼈을지 모른다.

우리 헌법 제44조 제1항은 “국회의원은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중 국회의 동의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 헌법에 이러한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을 부여한 것은 독재정권하에서 있을지도 모르는 국민의 대표자인 국회의원을 보호해 민생안전에 최우선적으로 봉사하고, 정부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의연히 대처하도록 힘을 실어 주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현실은 정반대로 국회의원에게 국민이 부여한 불체포특권이 오히려 국회의원들의 범죄행위를 조장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도록 해주고 있다. 국민의 대표자라는 국회의원들이 범죄행위로 연루됐다면 스스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자신들이 만든 법이 아닌가. 검찰의 기소내용에 대해 자신이 억울하다고 생각한다면 법정에 서서 변론을 통해 무죄를 주장하던지 입증해 나가야지 자신은 아무 잘못이 없는데도 마치 검찰이 죄를 만들어 자신을 구속하려는 것처럼 호도하고, 국회라는 방패뒤에 숨어서 기회를 엿보는 사람은 진정한 국민의 대표자라 할 수 없다.

오히려 국회는 지난 2001년 10월 헌법재판소가 현행선거구에 대해 헌법불합치결정을 한 것에 대해 인구편차가 3분의 1이 넘지 않도록 지난 연말까지 선거법을 개정해야 했으나 각 정당간의 선거구에 따른 이해관계에 의해 선거법개정을 못했고, 이에 따라 현행 선거구는 위헌 무효가 돼 정치일정에도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게 됐음을 볼 때 정말로 불공에는 관심은 없고 재밥에만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허탈한 마음 가눌 길 없다.

이제 국회도 구시대의 폐습은 버리고 대오각성(大悟覺醒)하는 마음으로 거듭나야 한다. 국회가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는 대표기관이 되려면 자신의 사리사욕(私利私慾)이나 소속정당의 이해보다는 최우선적으로 국민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국민들을 위한 법령을 제정하고 보호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국회가 코미디가 되거나 국회의원이 코미디 같은 촌극을 연출해 국민들로부터 웃음거리가 돼서야 되겠는가. 지금 우리 국민의 의식수준도 선진국에 비해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대충 얼버무려 넘길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노력하지 않고 몇마디 번지르한 말로 국민들을 이끌 수 없다. 노력하고 국민을 주인처럼 받드는 그런 국회가 되기를 권고하고 싶다.

강대식 / 청주대 법과대학 겸임교수 (law30002000@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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