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부부사이 연인사이 친구사이에 별 것 아닌 일로 서로 폭력을 휘두르고 며칠 동안 말도 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심지어는 마음가득 독기를 품고 지난날의 잘못까지를 모두 끄집어내어 감정을 악화시키고 마침내는 갈라서기까지 합니다. 이 모두가 자기는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고 상대에게 고개를 숙일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진정 중요한 것은 그 순간입니다. 바로 그 때 자존심을 버리고 무조건 “잘못했다.”고 해보십시오. 이 한마디에 모든 갈등은 눈 녹듯이 사라집니다. 누가 먼저이면 어떻습니까? 서로 사랑하고 친한 사람끼리….

시비(是非)를 가리는 마음은 사랑이 아니고 정(情)이 아닙니다. 진정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이라면 굳이 감정상의 옳고 그름을 따질 이유가 무엇입니까? 설혹 감정상의 옳고 그름을 가려낸다고 합시다. 그 기준은 어디에 있습니까? 어디까지나 “나”를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나에게 맞으면 옳고 나에게 맞지 않으면 그릇되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입니다. 사랑하고 친한 사람끼리 자기의 잣대에 맞추어 감정사건을 키워서야 되겠습니까? 한쪽에서 “내가 잘못했다.”고 하면 그것으로 끝날 일인데도 서로 고집을 부리고 자존심을 내세우기 때문에 쉽게 화해가 되지 않는 것이고 옳고 그름을 따지다 보니 변명과 섭섭한 말이 오고가게 돼 감정이 더욱 꼬이게 되는 것입니다. 부디 진정으로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이답게 서로의 괴로움을 없애주고 즐거움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해 보십시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친하게 지내는 사람과 사소한 다툼을 갖게 되면 용기 있는 사람답게 먼저 말하십시오. “내가 잘못했다. 앞으로 잘하자.” 틀림없이 서로의 굳었던 마음이 풀려서 사랑과 정은 더욱 커지고 평화로움은 더욱 가득해질 것입니다. 그리고 아직 자존심의 꼭지가 덜 떨어졌거나 용기가 나지 않아 말을 못할 경우라면 마음속으로라도 참회하십시오. “내가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모든 허물이 녹아내리고 껄끄럽던 관계가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살다보면 아무런 잘못이 없는데도 서로 원만한 관계를 이루지 못하는 경우를 자주 접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사람들은 흔히 “상대를 하지 않으면 그만이다.”고 합니다. 그것도 문제해결의 방법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보지 않고 상대하지 않는다고 해도 해결되지 않는 묘한 관계도 많이 있습니다. 부부 또는 부모와 자식, 연인이 되는 것은 천생만생(千生萬生)의 깊은 인연이 있기 때문에 맺어지는 것이라고 합니다. 어찌 과거 생에 서로가 상처를 주고 얽어맨 일들이 적다고 하겠습니까? 실로 매듭은 가까운 사이에서 더 잘 생겨나는 법입니다.

그러므로 오늘의 인연을 귀하게 생각하고 소중히 가꾸어 나가야 합니다. 만일 가족 사이에 또는 가까운 사이에 보이지 않는 장애가 있으면 무조건 참회하십시오. 또한 지난날을 돌이켜 보다가 잘못되고 후회스런 일이 떠오르면 간절히 외쳐 보십시오. “잘못했습니다.” 이렇게 마음을 모아 진심으로 참회하면 저절로 매듭이 풀어지고 원만한 사이가 될 수 있습니다. 부디 참회로써 행복하고 자유로운 삶을 누리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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